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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May 02. 2022

누가 쓰레기통을 홀대할 수 있을까?

(살면서 한 조각의 생각)

주머니에 손을 넣자 종이조각이 손에 잡힌다. 어떻게 할까 망설인다. 넣고 다닐 수도 없고, 아무 곳에나 버릴 수도 없다. 버릴 곳이 없어서다. 예전 같았으면 슬그머니 버릴 곳이 많았었다. 지저분한 곳도 많았고, 곳곳에 쓰레기통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곳인데 이것 정도야 하면서 슬쩍 버렸다. 양심까지 함께 버린 쓰레기, 쓰레기통이 넘쳐났고 주변까지도 쓰레기 천지였다. 쓰레기 통이 가득하니 어쩔 수 없어 버린다는 생각이었다. 곳곳에 설치되었던 쓰레기통, 어느 순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점차 쓰레기통이 없어지는 이유를 알게 해 준다.


운이 좋게 지나는 길에 쓰레기 통을 만났다. 요즘 들어 만나기 어려운 쓰레기 통이다. 다행이다 싶어 생각할 것도 없이 종이조각을  훅 던졌다. 보기 좋게 쓰레기통에 맞고 툭 튀어 땅에 떨어진다. 할 수 없이 허리를 굽혀 쓰레기통에 주워 넣어야 했다. 쓰레기를 주워 부서진 쓰레기통 위에 올려놓아야 했다. 애초에 공손히 놓을걸 하면서 또 후회를 한다. 평생 하는 짓이지만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다. 쓰레기통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은 벌써부터 알고 있는 일이다. 아낌없이 받아 주는, 구분도 없이 받아주기만 하는 쓰레기통이었다.


책상 옆에도 작은 쓰레기통이 있다. 어째서 그렇게도 많은 쓰레기가 나올까? 귀찮을 정도로 많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하나 마셨다. 먹고 남은 통은 책상 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키보드 위에 있는 손톱이 너무 길다. 정성 들여 손톱을 깎고 쓰레기통에 또 버린다. 책상 위 쓰다 버린 메모지도 쓰레기통에 버린다. 뚜껑을 보니 음료수 찌꺼기가 묻었다. 얼른 휴지를 꺼내 닦아내고 쓰레기통에 넣는다.  방안에 둔 쓰레기통이 지저분해서다. 지나는 길에 만났던 쓰레기통이 떠 올랐다. 쓰레기통이 넘쳐나고 뚜껑도 고장 났다. 누가 그랬을까?


아침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현관에 쓰레기가 들어있는 큰 박스가 놓여있다. 아내가 분리수거를 하려는 모양이다. 두 말없이 들고 나서야 한다. 늙어가는 청춘이 편안히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추위를 무릅쓰고 도착한 분리수거장, 나름대로 정리되어 있다. 썰렁한 복장에 맨발로 온 이웃도 보인다. 대충 분리수거를 하고 서둘러 달아난다. 분리수거해야 하는 현장, 곳곳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곳곳에 버려진 종이와 플라스틱, 갖가지 쓰레기가 지저분하다. 곳곳에 나뒹구는 쓰레기는 바람의 짓이 아니다. 분리수거장까진 왔지만 대충 버리고 갔다. 다시 누군가는 쓸어 담고 정리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쓰레기통, 인심 좋고 살기 좋은 나라다. 점점 만나기 힘들어지는 거리의 쓰레기통이다. 한없이 버려지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우연히 찾은 세차장, 여기는 세차장이지 쓰레기장이 아니란다. 제발 쓰레기 좀 버리지 말아 달란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고속도로 쓰레기통, 하얀 봉투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종류별로 분류해서 버리기만 하면 된다. 제발 분리해서 버려 달란다. 아직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쓰레기통, 버려지는 쓰레기를 한없이 받아준다. 많고 적음도 탓하지 않고, 깨끗하고 더러움도 탓할 리 없다. 


쓰레기를 담아야 하는 쓰레기통, 무슨 쓰레기든 받아준다. 이것저것 구분 없고, 시와 때도 가림이 없다. 많고 적음도 구분 없고, 깨끗함의 정도를 구분이 없다. 언제나 너그럽고도 편안하게 해 주는 쓰레기통이다. 훅 던 저도 나물함이 없고, 공손히 넣어도 말이 없다. 툭 건드려도 짜증냄이 없고, 보는 이 없어도 섭섭함이 없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제 일만 하고 있다. 날씨를 탓하지 않고, 홀대함에도 관대하다. 내 것 인양 취급해도 좋고, 남의 것인 양 무시해도 너그럽다. 너그럽게 받아주는 쓰레기통은 말이 없다. 너무나 편안해 그런 것일까? 말없이 너그러워 쓰레기통을 홀대하는 것일까?  누가 쓰레기통을 마음대로 대할 자격이 있을까? 주머니에 든 쓰레기를 만지며 우연히 만난 쓰레기통에 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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