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계절, 꽃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자전거 길에 만난 풍경, 이팝나무)

by 바람마냥

자전거가 보여 주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이다. 자연의 변화를 실감하고,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을 수가 없어서다. 자전거 위에 오랜된 친구들과 앉아 있는 아침이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아침,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길에 올랐다. 매주 타는 자전거지만 날마다 맞는 기분은 다르다. 자연에 따라, 친구에 따라 그리고 기분에 따라 다르다. 밝은 햇살이 내려온 자전거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푸름이 한껏 뽐내는 봄날 아침, 하얀 꽃으로 덮인 산이 나타났다. 자연은 참, 신비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 하얀 벚꽃으로 가득하던 산이다. 어느새 하얀 벚꽃이 비켜준 자리에 하얀 꽃이 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아카시아꽃이라고 하는 아카시 꽃과 이팝나무 꽃이다.

IMG_1563[1].JPG 하얀 아카시 꽃

아카시아는 노란 꽃을 피우는 열대 상록수로 겨울이 있는 지역에서는 자랄 수 없는 나무란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알고 있는 나무는 아카시가 맞는 이름으로 북미가 원산이란다. 1900년대 초에 사방용과 연료용으로 들여왔고, 흰색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분홍 아카시도 만날 수 있단다.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 기억이다. 선생님의 엄중한 숙제, 아카시나무 씨앗을 가져오라 했다. 왜 인지도 모르고 씨앗을 따는 고생을 했다. 가시가 달린 나무에 올라 아카시나무 씨앗을 따야만 했기 때문이다. 사방용으로 심기 위한 숙제였으리라. 오래 전의 노고가 산을 하얗게 물들인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보며 페달을 밟는다. 천지가 꽃으로 가득한 봄날이다.

IMG_1593[1].JPG 이팝나무가 꽃을 피웠다.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하얀 꽃이 산에 가득하다. 산에 그렇게도 많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한 꽃이다. 여기에 질세라 하얀 이팝나무가 가득 꽃을 피웠다. 서러움이 섞여 있는 이팝나무다. 맑은 하양을 자랑하는 이팝나무, 하얀 쌀밥이 귀하던 조선시대 이 씨 왕이 내려준 이밥과 같다 하여 이팝나무라 하는 나무다. 아카시 꽃과 이팝나무 꽃의 두 하양은 하양의 정도가 다르다. 이팝나무는 맑은 하양이지만, 아카시 꽃은 묵직한 하양이다. 보기가 다르고, 느낌도 다른 두 하양이다. 두 하양이 서로 하얗다며 투정하는 사이에 노랑꽃이 얼굴을 내밀었다. 이름도 앙증맞은 애기똥풀이다. 아카시나무 밑으로 노랑빛이 가득하다. 아카시 나무 밑으로 군락을 이루며 노랗게 피어난 것이다.

IMG_1558[1].JPG 노란 애기똥풀

애기똥풀은 봄이면 곳곳에서 자리 잡고 있는 풀로, 진한 노랑을 띠고 피는 꽃이다. 연한 초록잎을 배경으로 피어난 애기똥풀,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 액체가 애기똥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양으로 덮인 아카시나무 밑으로 연초록 잎을 배경으로 피어났다. 초록과 잘 어울리는 진한 노랑이다. 자연이 신비함에 숨을 죽이는 사이, 지칭개가 보랏빛을 자랑한다. 봄철 외딴곳에 피어나 진한 보랏빛을 자랑하는 지칭개다. 상처 난 곳에 짓찧어 발랐다고 하여 지칭개라 한다는 지칭개 꽃이다. 진한 보랏빛을 자랑하며 바람에 몸을 맡긴다. 노랑 애기똥풀과 섞여 피어 있는 지칭개 꽃이 우두커니 서 있다. 서둘러 페달을 밟는 근육이 고단함을 느끼는 언덕이다. 늘씬한 젊은 청춘들이 휙휙 지나간다.

IMG_1578[1].JPG 보랏빛 지칭개 꽃

늙어가는 청춘들이 허덕이는 사이, 어느덧 점이 된 젊은 청춘들이다. 굵직한 허벅지가 꿈틀거리고, 긴 머릿결이 바람에 출렁이는 부러운 젊은이들이다. 코로나니 뭐니 해도 살기 좋아진 세상이다. 요일에 상관없이 운동하는 사람이 가득하고, 한가로이 노니는 사람들이 보기 좋다. 언제부터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먹고살기 힘든 삶을 이어온 늙은 청춘들이다.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삶이 가득한 세상이다. 서둘러 페달을 밟는 사이 강가엔 태공들이 가득하다. 고기를 낚는지 세월을 낚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늘 앉아 있는 자리에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그렇게도 생각이 많을까? 낚싯대를 바라보며 비스듬히 누워있는 태공들이 한가롭기만 하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는 순간,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IMG_1576[1].JPG 산에도 하얀 꽃이 가득하다.

와~~ 우리도 잘 사는 나라구나! 꽃으로 장식된 시골집에 밝은 햇살이 찾아왔다. 예쁜 시골집엔 하얀 자가용이 주차되어 있고, 곳곳에 밝은 꽃들이 지키고 있다. 하얀 샤스타 데이지가 얼굴을 내밀었고, 분홍 낮달맞이 꽃이 밝게 웃고 있다. 거기에 각시붓꽃이 보랏빛으로 무장하고 서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주인장이 출타를 위해 밖으로 나온다. 좋은 동네에 사신다는 말에 싱글벙글이다. 앞 밭에는 마늘이 시퍼렇게 키를 불렸고, 뒤 뜰에는 하얀 수국이 시골집을 밝혀주고 있다.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동네를 보면서 다시 언덕을 오른다. 지난해에 자주 오가던 자전거 길이다. 여기에도 꽃은 여전히 가득하다. 하얀 아카시 꽃이 지천이고 드문드문 이팝나무가 끼어 우쭐대고 있다. 갑자기 눈길을 끄는 꽃이 보인다. 보기 힘든 분홍 아카시 꽃이다.

IMG_1573[1].JPG 분홍빛 아카시 꽃

아카시 꽃은 하얀색이라는 것이 보통의 생각이다. 언덕을 막 내려가려는 중에 만난 귀한 분홍빛 아카시 꽃을 만났다. 얼른 자전거에서 내려 바라보는 귀한 손님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나무 가득히 분홍빛 꽃을 안고 있다. 신기한 꽃을 만났으니 오늘은 운이 좋으려나 보다. 지나는 길엔 벌써 모를 심어 놓은 논이 보인다. 조팝나무 꽃이 피었으니 농사일이 시작된 모양이다. 모를 낸 논 가장자리엔 하얀 찔레꽃이 배시시 웃고 있는 시골이다. 여기에는 쟁기질 하는 누런 소가 있어야 하고, 모 밥이 있어야 제격이었다. 하얀 쌀밥에 콩나무 무침이 있고,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김이 있어야 했다. 큰 사발에 오가는 막걸리가 있어야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지나는 사람이 그냥 지날 수 없었던 정겹던 점심상이 오래 전의 기억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모 밥을 기억하며 자전거에 몸을 얹는다. 멀리서 대청호가 밝은 햇살 속에 반짝이고 있다. 봄이 점점 깊어가는 모습이다.

IMG_1581[1].JPG 찔레꽃이 한창이다.

잔잔한 호수에도 봄이 깊어 간다. 곳곳에 피어 있는 하얀 꽃들이 물속에도 피어 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 하얗게 물들었다. 물속에는 아카시 꽃이 있고, 이팝나무가 있으며 작은 가지에 핀 찔레꽃이 들어 있다. 잔잔한 호수엔 눈을 둘 수 없다. 밝은 햇살이 되받아친 햇살 덕분이다. 하늘엔 파란 구름이 어슬렁거리는 아침나절,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한잔 나눈다. 언제나 찾는 청남대 입구 휴게소엔 오늘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소박한 파전 한 접시에 막걸리 한 병이면 족하다. 간단히 목을 축이고 힘을 얻은 근육이 마지막 힘을 쓴다.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이 싱그러운 봄날의 자전거 길이다. 늙어가는 청춘들이 오늘도 살아있음을 확인하러 헤매는 자전거길, 언제까지 이런 자전거길을 이어갈 수 있을까? 친구가 있고, 자연이 있어 마냥 좋은 자전거길이다. 계절의 축제 속에 벌어지는 꽃들의 잔치가 자전거길을 한결 가볍게 해주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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