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장대한 지리산)
자전거를 준비하여 이곳저곳을 유랑하듯 달린 길이 꽤 길어졌다. 자전거를 구입한 지가 벌써 5년 정도 되었으니 그동안 무심천을 중심으로 하는 자전거도로는 수없이 오르내렸으며, 길게는 포항에서 통일 전망대까지의 라이딩을 비롯해 남한강과 북한강을 포함한 많은 곳을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자전거를 구입하면서의 생각은 건강을 다지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는 생각에 선뜻 기백 만 원을 들여 구입하였다. 점차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를 타는 기쁨은 무엇보다도 친구들과 어울려 자연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안갯속에 묻힌 강가를 달리고, 넘실대는 파도를 벗 삼아 해변가를 달리는 기분은 말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자전거를 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와 같은 즐거움 외에 생각하지도 못하던 것들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으니, 평소에 생각하지도 못 했던 것과 보고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안장 위에 앉아 되새겨봄은 전혀 새로운 맛이 있었다.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나만의 생각을 할 수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음이 엄청난 덤이었다. 친구들과의 어울려 자전거를 타고 맛있는 곳을 찾아 식사를 하는 즐거움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나는 즐거움이었다.
아침나절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난 휴식을 시원한 강가에 넋 나간 듯이 앉아 있는 여유로움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가을 녘의 가을 파도가 넘실대는 들판에 앉아 아내가 준비해 준 아침을 먹는 기분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봄이면 봄대로 꽃이 있어 좋고, 여름이면 여름꽃이 넘실대는 것이 좋으니, 가을이라고 꽃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어린 시절엔 옆집에 자전거가 있어 세발자전거를 빌려 타보고, 두 발 자전거를 슬금슬금 타보면서 자전거를 배운 기억이 있다. 수없이 넘어지고 부딪치면서 자전거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페달을 밟고,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쏟아 핸들을 잡으며 자전거를 배웠다. 때로는 자전거가 고장이 생겨 주인에게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배우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자전거를 탈 수 있어도 자전거를 가질 수 있는 형편은 되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자전거를 타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무엇인가 급한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자전거를 빌려 타시고 볼 일을 보러 가시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도 흔하지 않은 시절에 자전거를 어떻게 배우셨을까는 늘 궁금해했었다. 결국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말았지만, 자전거에 대해 생각해 본 처음의 사건이었다.
그 후, 세월이 많이 흘러 고등학교 시절이나 대학시절엔 생각하지도 않는 모험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자전거의 기본 틀만 갖추어진 허름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몇십 키로를 가보기도 했으며, 용돈이라는 것이 없었으니 허기진 배를 잡고 혼신의 힘을 쏟아부을 때도 있었다. 엄청난 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나섰다가 엄청난 낭패를 맛본 적도 있었던 것은 젊었을 때의 오기와 모험심으로 해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자전거와 많은 인연이 있었지만 자전거를 배우거나 아니면 먼 길을 돌아오는 것이 목표였기에,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하며 자연을 즐기는 여유는 생각하지도 못했으리라. 하지만 이제 세월이 변하여 가는 곳마다 자전거길이 조성되고, 수많은 자전거 마니아들이 생겼으니 즐기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젊은 남녀가 멋진 차림으로 강가를 달리는 모습이 부럽고, 어느 정도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즐기듯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어느 선진국이 부럽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7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를 즐기면서 만났던 수많은 자전거 마니아들도 나름대로의 철학과 즐거움으로 자전거와 함께 했으리라. 홀로 부산에서 출발했다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어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까이는 무심천 자전거도로를 지나면서 만나는 위대한 자연의 변화에 놀랍고, 그것을 만나 홀로 즐길 수 있었음에 늘 감사한다. 안개가 자욱한 강가를 달리며 만나는 신선함은 가슴 깊이 자리한 찌꺼기가 저절로 녹아내리는 듯하니 더 좋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섬진강가를 달리며 만나는 고단함은 어려움을 극복해낸 환희를 가득 안겨주었고, 동해안의 거친 바람은 이렇게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 좋았다. 북한강을 달리며 만나는 푸르름은 이 강산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몸소 보여주는 듯하였고, 기다란 남한강가의 잔잔한 강물은 요동치는 가슴을 잔잔한 물결이 잠재워주었다.
안장 위에서 만난 자연의 위대함은, 봄엔 아름다운 새싹이 애잔하게 돋아나고, 봄바람과 여름 비가 새싹을 푸짐하게 길러 놓는다. 거친 장맛비를 견디고 나면 산하는 푸르름이 성해 검푸름으로 변한다. 검푸름이 점점 영글어가면 성스러운 가을이 자전거길을 맞이해 준다. 봄을 축하해 주는 개나리와 벚꽃이 손을 흔들고, 여름 한나절 노란 금계국과 껑충한 망초대가 길손을 즐겁게 하며 맞이한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진빨강의 코스모스가 고추잠자리와 함께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자전거길은 겨울의 한 계절은 쉼이 필요하다. 썰렁한 초겨울이 다가오면 고단했던 자전거를 닦아주며 위로하고, 그대에게 고마워하며 다가오는 새봄의 자전거길을 고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