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밥을 볶아야 한다.

서로 인정하는 삶(나미비아에서 만난, 홍학)

by 바람마냥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지만 다양한 생각으로 격하게 참견하니 삼겹살을 굽는 일도 버겁다. 당신이 하지 않는 일을 상대방이 해주고, 지가 굽는 것보다 더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 수 있게 해 주는데, 고맙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잔소리가 참 많다. 고기 한 점을 불판에 놓지 않는 사람이 잔소리만 하다니…그러면 지가 하든지…


삼겹살에 곁들여 소주를 몇 잔 했으니 더부룩한 배를 무릅쓰고 식사를 해야 한다. 소면이나 냉면을 시키면 되지만 굳이 밥을 볶아 먹어야 제맛이란다. 어느 친구가 냉면으로 먹는다는 말에 냉면 값이 밥값보다 비싸다고 어디선가 소프라노 소리가 들린다. 이에 뒤질세라 차액은 내가 내겠다고 되받아치는 바람에 모두는 웃고 말았다.


대부분이 원하는 것이 밥을 볶아 먹는 것이다. 밥을 주문해서 삼겹살을 구워 먹은 불판에 볶아 먹길 원한다. 삼겹살을 구워 먹은 불판이 적당이 뜨겁고, 돼지고기가 있으니 잘 볶으면 멋진 저녁이 되리라. 대부분이 원하는 밥을 볶아 먹기로 했는데, 밥을 볶는 밥그릇 숫자부터 논란거리이다. 한 식탁에 네 명이 고기를 먹었으니, 네 공기를 하면 너무 많을 테고 세 공기를 하느냐 아니면 두 공기를 하느냐가 문제였다. 목소리가 큰 친구의 말에 따라 세 공기를 볶기로 했다.


커다란 목소리로 밥을 시키면서 참기름과 고추장을 주문했다. 식당에서 언제나 있는 일이라 종업원은 참기름이 든 병과 고추장 그리고 김가루를 가져다 식탁에 놓는다. 밥 세 공기를 불판에 쏟고 그 위에 남은 고기를 잘게 썰어 넣기 시작했다. 그제야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고기의 크기가 문제였다. 너무 크다는 친구도 있고, 크게 해야 씹는 맛이 있다는 친구도 있다. 대개는 참기름을 넣어 볶는데, 참기름을 넣으면 볶음밥의 본연의 맛이 없다는 친구도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내 마음대로 기름도 넣고, 고기를 썰어 넣었다. 이번에는 묵은 김치를 넣어야 하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썰어 넣고 불판 위를 정리했다.

사인암의 가을을 그리다.

불판에 밥과 구워진 고기, 참기름, 고추장, 묵은 김치, 김가루를 을 넣었으니 대충은 넣어진 것 같지만 이것저것을 더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볶아지는 밥에 상추를 손으로 잘라 넣는 친구도 있고, 먹다 남은 갖가지 나물을 쏟아 넣어야 맛이 있다는 친구도 있다. 아무 말없이 숟가락으로 밥을 볶고만 있으니 상추를 넣는 친구, 나물을 넣는 친구, 파절이를 넣는 친구도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하여 밥을 볶아 내면 맛이 있느니, 맛이 없느냐는 시빗거리와 짜다 싱겁다는 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볶아 낸 밥을 각자 그릇에 덜어내어 먹었다. 이제는 삼겹살과 밥을 먹어 배가 불렀는지 처음의 논쟁거리로 다시 돌아갔다. 세 공기를 볶아야 한다는 내 말이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공기만 했어도 되는데 밥이 있으니까 배가 불러도 또 먹었다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밥을 불판에 평평하게 펼쳐 놓아야 불판에 적당이 눌어붙고, 이를 먹으면 색다른 맛이 나기도 한다. 친구들의 논쟁에 개의치 않고 밥이 적당히 눌어 먹을만한 모양이 되도록 불판을 정리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볶은밥이 불판에 눌어붙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난다. 친구들의 잔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숟가락을 다시 들고 달려든다. 불판 구석을 잡고 눌은밥을 숟가락을 뒤집어 긁는 친구도 있고, 구석에 붙은 약간은 거무스름한 탄 밥을 맛있게 먹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삼겹살을 소주와 곁들이고, 밥을 볶아 먹는 과정의 대미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끝이 났다.


직장생활이나 어느 모임에 가면, 언제나 말로 일을 하는 사람이 참 많다. 말로만 일을 해도 좋은데, 하는 사람의 뒷다리를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많은 참견을 하던 친구는 모든 것이 끝나도 투덜대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러면 당신이 했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당신은 손도 까딱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잔소리만 늘어놓으니 말이다. 다행히 이것저것이 옳다고 잔소리를 끓여 붓던 친구들이 밥이 맛이 있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야말로 자신이 하진 안고 이것저것 주문을 했지만, 결국엔 맛있는 밥을 볶는 모습이 전문가답다는 말로 대신해주니 그나마 고마울 뿐이다. 그것은 아무 허물없이 몇십 년을 같이 살아온 가까운 친구들이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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