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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Feb 04. 2023

어머니, 입춘이 왔습니다.

(입춘이 오던 날, 파도:수채화)

어머니, 입춘이 왔습니다.

오래전 입춘이 오던 날

대문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뼈만 남은 그 대문 중턱에

입춘대길 글귀가 비스듬히 붙던

소중하고도 다정스러운 입춘이

봄을 알리러 우리 옆으로 왔습니다.   


어머니, 입춘이 다시 왔습니다.

햇살이 내리는 마당 끝에

어느새 자리한 냉이가

철없이 내린 눈에 당황해하는 

그런 입춘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입춘이 왔습니다.

큰 마당 끝에 묻어 둔 무가

파랗고도 노란 싹을 밀어내고

덩달아 싹을 틔운 감자 싹이

껑충한 싹을 들어 기지개 켜는

그런 입춘이 다시 왔습니다.   


어머니, 입춘이 왔습니다.

이젠 농사철이 다가왔으니

헐렁한 삽자루도 못질을 하여

텃밭을 손질할 준비도 하고

텃밭에 심을 고추모도 길러야 하는

그런 입춘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어머니, 입춘이 왔습니다.

흰 수건 질끈 맨 어머니가

새해 농사일 준비하려 서둘던

오래전 모습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그런 입춘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어머니, 입춘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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