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마냥 Sep 08. 2022

어머니, 추석이 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추석)

어머니, 추석이 오고 있습니다

가을바람 서늘해진 들녘에

두렁콩 바람에 일렁이고

뒤뜰 밤나무 큰 하품을 하던

성스런 추석이 오고 있습니다 


어머니, 추석이 오고 있습니다

봄철 어미 따라 촐랑대던 햇병아린

어느덧 중닭을 넘어 투실투실해

곳곳을 어지르며 말썽을 피웠어도

추석 즈음에 커다란 밑천 되어

풍성했던 그 추석 말입니다


초가지붕 덮은 뒤 울 감나무에

붉은 홍시가 바람 그네 타는 저녁나절

발그레한 감나무 잎이 지는 노을에 깜짝 놀라

빨간 얼굴로 물들인 가을날

지붕 위에도 그리운 추석이 찾아왔었지요


해진 멍석 위에 붉은 고추 한가하게 누워있고

빨간 고추잠자리 빈 하늘 돌고 돌며

숨바꼭질하던 가을날

덩그러니 떠 오른 둥근달을

하얀 박꽃이 호젓하게 맞이하는 밤

덩달아 어린 마음까지 설레던 

풍성한 그 추석이 오고 있습니다


어머니, 추석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입 벌린 밤나무 큰 하품을 하며

곳곳에 알밤을 쏟아 내고

제방 너머에 붉은 동부 익어 

귀했던 하얀 쌀밥을 더 풍성하게 하는 가을날

어머니와 함께 하던 그 추석날이

어느덧 우리 곁으로 오고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과 함께했던 그리운 추석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