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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Oct 17. 2023

아쉬움 속 색소폰 버스킹을 마치고.

(색소폰 버스킹을 마치고)

멋진 연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골짜기 가을,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도 연주해 보고, 더러는 'Nella fantasia'로 분위기를 잡아 보는 색소폰 연주다. 동호회원 10여 명이 열심히 연습하여 11월 초에 만들어 가는 연말 연주회는 삶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언제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를 해 보겠는가?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초에 예정되어 있어 매주 일요일은 빠질 수 없는 주말행사다.


매주 일요일 지하연습실에서의 연습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어두운 밤에 만나 연습만 하고 돌아서야 하는 나날들, 어떻게 해야 회원들의 마음도 풀어주며 활기찬 연습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숲 속 버스킹이다. 근처 있는 수목원에서 할 수 있는 '숲 속 버스킹', 그럴듯하지 않은가? 복잡한 절차를 거쳐 연주회를 승인받았다. 여러 서류를 제출하고 전화로 여러 가지를 협의했다.

골짜기에도 가을은 깊숙이 찾아왔다.

허전한 현장을 메우기 위해 배너도 제작했고,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안내 팸플릿도 만들어야 했다. 모든 일을 하면서 바쁘기도 하지만 망설여지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준비가 끝이 나고 버스킹 당일 날씨는 쾌청했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곳에 모든 회원들이 준비를 서두른다. 찾아오는 인원이 얼마가 되든지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알아서 준비하는 회원들이 고맙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11월 연주회를 준비하기 위해 준비한 합주곡 여섯 곡을 연주했다. 전반부에 세곡의 합주가 끝이 나고 솔로로 네 곡이 연주되었으며, 다시 세곡의 합주로 진행되었다. 어려운 점은 소질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사회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연주회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나? 며칠간 고민한 결과, 가능하면 조용하면서도 간결한 멘트로 음악을 되살려 주기로 했다. 곡마다의 간단한 멘트와 연주자의 장점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어렵게 준비한 숲 속에서 만난 버스킹이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격려해 주었지만 언제나처럼 아쉬움이 가득한 연주회였다. 연주회가 끝나면 늘 후회스럽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야외에서의 낯선 연주였다. 일 년간 연습한 결과가 이런 것이었던가? 음악의 어려움은 늘 알고 있지만, 일 년간의 노력의 빛이 바랜듯해서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밤잠을 반납하며 준비한 연주회가 예상치 못한 허점이 생겨 마음이 더 무거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한 가지, 연말 연주회로 모든 부족함을 만회해야 한다.

버스킹 리허설 장면

아름다운 가을날에 맞이한 버스킹은 부족했고 아쉽지만, 이런 무대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 소중했다. 음악에는 능력도 재주도 없는 사람이 음악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한다. 자주 밤잠을 설치게 하는 준비지만 회원들이 즐거워하는 연주회다. 소중한 만남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추억이 되고 재산이 되기에 바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언제 이런 연주회를 해 볼 수 있고, 어울리지 않는 음악회를 준비해 볼 수 있다던가? 상한 속을 다스리며 오늘도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하루다. 많은 인원을 초청해 열리는 연말 연주회다.


연주장소도 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으로 그럴듯한 무대다. 대략 150여 명이 초청되는 연중 최대의 행사, 조금도 빈틈이 없어야 하기에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준비를 완벽하게 한다 해도 회원들의 연습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심스럽지만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 야외 버스킹의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려면 인쇄소로 연주회장을 뛰어다녀야 한다. 소중한 사람들이 바쁜 시간을 내어 찾아오시기에 최선을 다해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고도 고단하지만 참아내야 하는 연말연주회 준비,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10월 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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