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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Nov 12. 2023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가 가고 있다.

(연말 연주회를 마치고)

2023년 11월도 서둘러 지나고 있다. 마구 달려가는 세월, 한 장만 덜어내면 달랑 홀로 남는 달력이다. 홀로 펄럭임이 외롭기에 12월이 꽉 잡아주면 좋으련만, 홀가분함과 안타까움이 함께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빨강 코스모스와 노랑 은행잎은 가을이 왔다는 뜻이겠지만 그렇게도 아쉬운 것은 한 해가 또, 가고 있다는 것이리라. 바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일주일 단위로 넘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통과해야만 하는 연례의식, 색소폰 연말 연주회다. 동호회원들과 함께하는 연말 연주회를 일 년간 준비해야 했다. 연주회 장소을 마련하고, 합주 및 솔로 곡들을 정해 연습을 해야 했다. 리플릿을 만들어야 했고, 소소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새벽녘에 갑자기 잠이 깬 것은 오늘이 연말 연주회 날인데,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이것저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해 보지만 어림도 없다. 얼른 옷을 끼어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개구리 왕눈이'연주

시원함이 함께하는 골짜기가 이렇게도 감사한 아침이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옷을 챙겨 연습실로 향했다. 벌써 연습실에 나와 연습 한 회원들도 있다. 그간의 게으름을 씻어내려는 듯이 연주회가 다가오면서 연습장이 한층 북적였다. 초빙한 손님들에게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 무진장 애를 쓰고 있음에 진즉 그랬으면 하는 아쉬움과 원망도 있지만, 늦게라도 준비하는 것이 고맙기도 하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마무리지어야 하는 입장에선 늘 아쉬운 일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할 일 많다는 말로 연습장을 찾지 않음이 늘 아쉬웠다. 세상 누구라고 바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모든 인생살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않다던가? 어느 것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사정은 달라진다.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지론은 변함이 없다. 마음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늘 실감하기 때문이다.

Let's twist again

서둘러 짐을 챙기고 찾아간 예술의 전당 공연장은 직원들이 벌써 준비 중이었다. 서둘러 준비에 들어간 공연장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벌써 십수 년이 되었으니 회원들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손님들이 하나둘씩 연주회장을 찾았다. 기어이 100여 명이 들어선 연주회장, 모두는 긴장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어설픈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합주곡 7곡, 솔로와 듀엣 10여 곡이 연주되었다. 지루하리라 생각했던 연주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해가 갈수록 노련해지면서 모든 곡이 연주되었다.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왜 이리도 연주회 때문에 가슴을 졸이며 살아갈까? 가끔, 11월이 다가오면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분주하게 뛰어다니면서 하는 연주회 준비,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음악에 소질도 관심도 없던 사람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생각, 언제 색소폰 연주회를 해 볼 수 있을까? 연주회 준비라도 하지 않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열심히 준비해 놓은 연주회를 마음껏 즐기는 회원들이 있으니 말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가끔 투덜대기도 하지만 늙어가는 청춘이 이것이라도 하며 살아야지, 늘 마음에 있는 말이다. 


연주회가 끝나면 좋아하는 회원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 발걸음이 바쁘다. 언제나 색다른 경험이며 살아감의 재미라는 생각이지만 조금은 아쉬움도 남아 있다. 조금 더 준비를 했으면 모든 것이 더 좋았을 텐데 하면서 내년에는 더 멋진 연주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다. 

Loving You

회원 모두의 노력이 결집되고 한 마음이 되어야 멋진 연주회가 될 수 있다. 삶의 모습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다. 모든 것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나 도와주고 격려해 주기에 모든 것을 해 나갈 수 있지만, 가끔은 아쉬운 점도 있다. 조금 더 연습에 충실했으면 어떠했을까? 적극적으로 연습해 임해 주었으며 어떨까? 도와주는 회원들이 있어 한해를 버티며 연주회를 준비했고, 비교적 원만한 연주회가 되었다. 모두가 좋아하고 웃음꽃이 가득한 회원들이다.


연주회가 끝나고 모든 손님들과 함께하는 한 그릇의 설렁탕, 모두 만족해한다.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 혹시 주문한 식사가 부족하면 또 어떻게 할까? 뜨끈한 설렁탕 준비를 잘했다는 말에 마음까지 깔끔해진다. 싸늘한 11월 초에 한 그릇의 설렁탕이 긴장한 몸뚱이를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여기에 친구와 나누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에 그간의 피로가 사그라들었다. 연주회가 끝났지만 다시, 내년 연주회장을 찾아 헤매야 한다. 내년엔 공연장 리모델링이 있다니 어디서 또 이 행사를 해내야 할까? 고민스러운 일이지만 내년에는 더 멋진 연주회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게 하는 11월의 초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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