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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Feb 04. 2024

어머니, 다시 입춘입니다.

(봄을 심는 마음)

어머니, 당신의 입춘입니다.

허연 머릿결 성근 연유도 무심하던 시절

흰 수건 질끈 두른 어머니가

새해 농사일 준비하려 서둘던

오래전 모습이 그리워지는

철부지의 입춘이 찾아왔습니다.


입춘이 오던 날

대문임을 알려주려 세운

비스듬히 누운 대문 중턱에

입춘대길 글귀가 어설프게 붙어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던 입춘이

봄을 알리러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설레는 3월이 오고

어머니, 입춘이 다시 왔습니다.

햇살이 내려온 네모꼴 마당 끝에

어느새 자리한 냉이가

철없이 내린 하얀 눈에 당황해하던

그런 입춘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뒤뜰 감나무 밑에 묻어 둔 무가

파랗고도 노란 싹을 밀어내고

덩달아 싹을 틔운 감자 싹이

껑충한 싹을 들어 올리며 기지개 켜는

당신의 입춘이 다시 왔습니다. 

그리운 봄이 익어가면

어머니, 입춘이 왔습니다.

이젠 어설픈 내 농사철 다가왔으니

헐렁한 삽자루도 못질하여

소중한 텃밭 손질을 하고

새 봄에 심을 마음도 그려봐야 하는

그런 입춘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손바닥만 한 텃밭을 손질하고

토마토와 가지를 심고 고추를 심어야

어설픈 부모 그리워 찾아온 

아이들과 어울려 덩실덩실 춤추며

계절 따라 달라지는 그리움 담으려

서둘러 텃밭으로 가야 하는 입춘이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왔나 봅니다

어머니, 당신의 입춘이 찾아왔습니다.      

텃밭은 한없이 영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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