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는 마음)
세상엔 쉬운 일이 한 개도 없다. 사람과의 관계도, 하루하루를 살아감도 쉬운 일은 없다. 사람들과 엉켜 살아가는 현실, 가끔은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기도 한다. 도시에서 골짜기로 훌쩍 떠난 나름의 이유도 있다. 저마다의 삶을 고집하며 타협이 없는 듯한 사람들과의 부딪침은 언제나 고단하고도 어려워서다. 쉽게 될 것 같았던 일들이 커다란 가로막힘에 숨이 막히기도 하고,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변해 버림은 언제나 절망을 안겨주었다. 어려움을 이겨낸 후의 후련함도 있지만 과정은 고단하기만 하다. 후련함이 고단함을 뛰어넘기에 감당할 만큼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을 참고 이겨낸 마라톤에 한때 미쳤던 이유였다. 격렬한 헬스운동에 힘겹게 도전했던 이유도 이겨낸 후의 후련함 때문이었다. 마라톤을 하면서, 수십 킬로의 자전거길을 이겨내면서 느껴본 어려움은 언제나 고통스러워도 통쾌했다. 혼자만의 견딤으로 이겨내는 과정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늘 좌절을 주기도 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일들이 전혀 그렇지 못했으며, 예상치 못한 결과는 늘 불편하기만 하다. 여러 가지에 기웃거리며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게 된다.
조용한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저마다의 기를 모아 열중하는 중, 하이힐을 신고 똑딱거리며 고요함을 부수어버린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화실 공기를 휘젓는 우렁찬 말소리가 난무한다.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떠한 미안함이나 조심스러움도 없다. 나이를 먹었기에 세대차이로 대신하며 말지만 어려운 곳은 많다. 가지런히 앉아 연주를 한다. 숨이 막힐 정도로 집중하는 순간,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기어이 큰 소리로 전화를 받아야 한다. 어렵게 아파트 지하실 주차장에 들어왔다. 주차공간이 여유로운데도 인도에 주차해 불편하다.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가 가깝다는 한 가지 이유다. 전혀 이웃을 생각하지 않는 가깝지 않은 이웃,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의 만남도 어렵지만 색다른 분야에 입문은 더 어렵다. 어렵게 시작했던 그림이나 색소폰과의 만남이 그렇고, 글을 쓰는 것도 난해하긴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서도 어렵고, 헬스장을 드나들면서도 언제나의 생각은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람을 불어넣어도 시원한 음이 나오지 않는다. 한 달여를 지하 공간에서 같은 소리를 질러댔다. 차가운 지하공간에서 나는 지겨웠던 소리를 넘어서야 느낌을 알게 했다. 아무리 그림을 알려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어떻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세월이 한참 지났다. 그리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 그림의 세월이 지나갔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이제야 알아들을 수 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알아들을 수 있다. 그림에 둔재임에는 틀림없고, 음악에도 소질이 없음은 언제나 인정하며 산다. 체육관에서의 근력운동은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습관이 된단다. 적어도 6개월은 버티어야 한다는 말에 얼른 수긍한다. 등록을 하고 한 달 만에 포기하는 이유다. 여섯 달을 버틸 수가 있단 말인가? 세상에 쉬운 일이 얼마나 있다던가? 할 일 없어 농사나 짓는다는 말을 건네자 농부는 화를 낸다. 어떻게 할 일이 없으면 하는 일이 농사란 말인가? 예닐곱 평 되는 텃밭을 가꾸지만 쉽게 얻어지는 푸성귀가 없다.
자그마한 화단에 피는 꽃이 그냥 필수는 없다. 한단의 열무가 그냥 묶여 시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 것이다. 자그마한 화단에 심어 놓은 꽃, 물을 주고 풀을 뽑아줘야 하며 아침저녁으로 돌봐줘야 예쁘게 자라난다. 울너머 핀 코스코스가 그냥 피어날 리가 없다. 주인의 사랑과 발자국 소리를 듣고 빨강이 진해지고, 붉음이 성숙해진다. 매미는 긴 기다림 속에 처절한 울음소리를 토해낸다. 기나긴 장마를 이겨내야 가을 벌판은 성숙해진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다던가? 쉬운 일 있으면 한 가지만 알려달라 호소한다.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봄이 왔다. 여기에도 가봐야 하고, 저기에도 가봐야 한다. 오늘도 어려움을 참아내야 후련함을 얻을 수 있기에 부지런히 발걸음을 내디뎌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