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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pr 14. 2024

다시, 색소폰 버스킹을 준비한다.

(하나의 일을 하면서)

언제나처럼 가지런히 앉아 색소폰 연주를 한다. 가끔은 술자리에 그리고 가족모임에, 더러는 여행으로 빈자리가 있지만 대부분은 채워지는 동호회다. 웬만하면 자리를 채우며 음을 보태지만 어쩔 수 없어 일 년에 몇 번 자리를 비우게 된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지루함을 이겨내며 합주를 한다. 오로지 연말 음악회를 위한 회원들의 노력이다. 어떻게 지루함을 달래 줄 수는 없을까? 번거로워도 동호회의 책임을 지고 있으니 어쩔 것인가? 여름날,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연습실로 들어선다. 


더운 지하에서의 연습에 조금이라도 활력을 주고 싶어서다. 몇 푼 안 되지만 20여 개의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누구는 아버지가 과자를 사 오신다고 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고마움이 담겨있는 훈훈한 소리다. 일 년에 한두 번은 해외를 다녀오는 길, 회원들을 위한 양주를 한병 들고 들어온다. 가끔 자리를 비우면 양주를 사러 갔는지 아는 회원들이다. 지난해부터 동호회에 활력을 넣어보고 싶은 생각에 버스킹을 계획해 왔다. 지난해엔 시민들의 안식처엔 미동산 수목원을 찾았었다.


공공시설을 사용하는 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전화 문의를 하고 인터넷을 통해 각종 서류를 보내야 한다. 여기에 수없이 의견조율을 통해 결정되면, 현장 답사를 해야 한다. 현장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현장 답사가 결정되면 외부인들이 알아보기 좋게 홍보도 해야 하며, 내부적으로는 회원들의 연습을 독려해야 한다. 합주만 할 수는 없기에 솔로와 듀엣곡 그리로 트리오를 적당히 결성해야 한다. 합주 연습을 하면서 개인곡들의 선정 및 연습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부분은 회원들이 협조해 주기에 불편 없지만 마음속에는 늘 걱정이 앞서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버스킹에 나서기로 했다. 회원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일을 떠안아야 하는 이유다. 왜 나만이 홀로 동분서주해야 할까? 늘, 일을 하면서 고민하는 생각이다. 서류를 접수하고 담당자와 조율이 끝났다. 지금까지 연습한 곡들을 마무리하며 개인별 연주곡을 조율해야 한다. 연주 순서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현장에 홍보할 현수막 제작도 끝이 났다. 이젠, 연습과 버스킹만 남아 있지만 언제나처럼 분주함에 망설여진다. 


회원들이 열심히 연습하면서도 만족해하는, 다시 올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 일이다. 가족이 찾아와 즐거워하며 박수를 친다. 언제 이런 연주를 해 볼 수 있느냐며 좋아한다. 모든 것을 걸머지고 가는 일이지만 언제나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구는 악기만 들고 나와 연주를 하고, 누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까지 봐가면서 신경을 써야 한다. 혼자 하는 일이면 실수가 있어도 상관없지만, 20명이라는 인원이 참여해야 한다. 신경을 써야 실수가 없고 실망하지 않기에 고민이 깊어진다. 4월 초부터는 수채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전시회 중에 버스킹이 이루어지기에 마음이 너무 바쁘다. 모두가 함께하는 버스킹이 멋지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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