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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May 07. 2024

세월을 살아간다는 건.

(삶을 살아가면서)

잔인하다는 4월, 잔인하도록 흘러 벌써 5월의 초입에 와 있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러 가야 하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아침이다. 조금 춥지는 않을까도 걱정되고, 근육이 이겨낼 수 있을까도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긴, 그냥 자전거를 타고나서는 수밖에 없지. 혼잣말로 하는 늙어감의 소리였다. 하루에 100km도 거뜬하게 달려보지 않았던가? 갑자기 부산에 나타나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말에 딸아이는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무모하도록 자전거를 타느냐고. 무모했던 자전거 길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세월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월을 견디면서 감내할 수 있는 만큼만 해내는 것이었다. 포항부터 통일전망대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섰다.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무모한 도전을 하고 난 후의 통쾌함이란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자전거길에 만난 사람,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를 걸어서 가고 있단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걸어보고 싶어서 걷고 있단다. 언젠가 한 번은 도전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사람이었다. 세월이 몇 년 흘러갔고, 몸은 세월을 피할 수 없었다. 

활짝 핀 수선화가 아름답다.

통일 전망대를 향한다는 발걸음은 주춤거리게 되었고, 이제는 생각만 하는 몸이 되었다. 부산까지 달려갔던 자전거길은 오랜 추억이 되었고, 다시는 도전할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늙어가는 몸에서 하나를 떼어 놓아야 했다. 떼어 놓는 것이 아니고 포기하는 것이었다. 하프마라톤을 만만하게 덤볐지만, 이젠 5km에 감사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하프 마라톤은 추억으로 생각하며 하나를 또 포기하고 말았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얼마를 갈 수 있을까? 친구들과 동행하는 자전거 길이니 30~50km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땀을 흘리며 도전하고 또 무모한 시험에 뛰어들었다.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며 세월을 보냈다. 버틴다는 것이 무엇인가? 몸이 견뎌주는 만큼만 근육 운동을 한다. 버틸 수 있는 만큼만의 삶의 무게를 계산하게 된다.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 세월의 살아감도 버팀의 연속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어려움을 참으며 살아가고, 버틸 만큼만 페달을 밟아가는 것이었다. 세월 따라 버틸 수 없음을 흔쾌히 인정하고, 나름의 버틸 수 있는 무게와 거리와 그리고 삶을 택하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제방을 달려간다.


굵직한 근육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가까스로 페달을 밞은 어르신도 달린다. 삶의 중간 속도로 달려가는 몸, 나는 언제까지 이 거리를 버틸 수 있을까? 근육은 어느 정도까지 살아서 움직일 수 있을까? 삶이란 오로지 버틸 수 있는 근육을 만들고, 달리 수 있는 지구력을 단련하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버틸 수 있는 나의 몸이 있어야 살아감도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세월을 버티면서 견딜 수 없는 것은 하나씩 벗어 버리고, 내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찾아내는 것이 삶이었다. 오늘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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