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증, 여행이 힘겨웠다.

(고산증의 두려움. 티베트의 하늘)

by 바람마냥

저녁 식사는 현지 식으로 제공되었는데, 나름대로의 맛이 있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반찬이 제공되었다. 우리 동료들은 여느 여행지에서의 식사와 마찬가지로 둥그런 식탁에 둘러앉았다. 어디로 가도 깨끗하기만 하면 그런대로 먹는 사람인데 고산증 때문에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고산증에 시달린 나는 식사를 하면 좀 고산병 증세가 가라앉을까 하는 생각에 식사를 하려 했지만, 먹을 수가 없어 간신히 고추장을 곁들여 두어 숟가락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내는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핼쑥한 얼굴을 하고 식당 밖으로 나가 버려 따라나서야 했다. 밖에는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서 안정을 취하기도 하고, 불편한 몸을 어쩔 수 없어 이리저리 걸으면서 서성이고 있다.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면서 빙 둘러앉아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끝내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티베트 현지식 식사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속출하였고, 여행 가이드는 우리가 고산증 증세라는 것을 확인해 준다. 호텔 각 실마다 비치되어 있는 산소통이 필요하면 사용하고, 호텔에는 고산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는 전문 의사들에게 참을 수 없으면 이야기하라는 설명이다. 현지인들이 아니면 대부분이 고산증세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증세는 건강과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이 개인적인 체질에 따라 증세가 다르다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마라톤과 헬스클럽을 드나들었던 것을 믿고 웬만한 것은 버틸 줄 알았지만 그것은 바람뿐이었다.

라싸의 새벽은 어두웠다.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오한이 나고 심하면 코피에 구토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두통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나른한 증세가 나타나고 있었고, 아내는 여기에 소화불량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 더 있었고, 지인의 이야기도 듣고 해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의사의 처방을 받기로 하였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하자 의사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호텔방으로 찾아왔다.

라싸에도 이런 강이 있다. 라싸 강

자그마한 키에 의사 가운을 입은 여자 의사가 여행 가이드 통역으로 나와 아내의 증세를 자세히 묻고 체온과 혈압을 체크하였다. 잠시 이것저것을 묻고 링거 주사와 투약 그리고 산소 호흡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살면서도 링거 주사를 맞아 보지 않은 사람이 수만리 객지에 나와 링거를 맞으며 산소 호흡기를 끼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여행 중에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고 만 것이었다. 의사의 친절한 치료를 받으며 잠시나마 쉬기로 하였다. 엉덩이에 주사를 두어 대 맞고, 또 링거액에 여러 가지 약을 넣어 팔뚝에 넣어 준다. 코에는 산소가 흡입되는 호스가 삽입되어 있어 부부가 영락없는 중환자가 되어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은 웃기는 여행장면이 되었으리라. 의사와 가이드는 두어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이방 저 방 순회하면서 극진한 치료 해주는 모습에 의사라는 직업이 성스럽게 보이기는 또 처음이 아닌가?

새벽녘의 몽환적인 풍경

자그마한 여자 의사는 온갖 성의를 다해 치료를 해주어 고맙기도 하고, 머리가 차츰 개운해지기 시작하자 의사의 처방이 신기하기도 했다.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점차 진정되어 갔다. 두 사람이 치료를 해준 비용은 총 1,240위안으로 조금은 비싼 듯하지만 그렇게도 버티기 힘들던 두통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산이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었으니 감사하기만 했다. 링거와 산소호흡을 하면서 한잠 자고 나자 두통을 조금 가셨지만 온 몸에 힘이 없이 나른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때 퍼뜩 생각나는 것은 세계 어디를 갈 때마다 대단한 활약을 하는 라면이다. 융프라우에서 제공된 라면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던 기억을 상기하며 컵라면의 요기가 온몸에 활력이 넘치고 기운이 차려진다. 이제야 조금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여기가 머나먼 나라 티베트라는 것이 실감 난다.

날이 밝아지자 호텔 앞이 산뜻하다

친절하고 성실한 의사 덕분에 머리가 깨질 것 같던 도통은 사라지고 그런대로 잠을 청할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 정도의 아픔으로 아름다운 티베트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객지에서의 두 번째 밤을 보냈다. 아침에 눈을 뜨자 티베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 몽골의 초원 한가운데 있는 게르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상쾌했던 기분같이, 뜨겁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아침은 상쾌한 기분이 든다. 창 너머로 비추는 산뜻한 햇살과 앞산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안개는 호텔 앞을 흐르는 라싸 강과 더불어 아름다운 동양화를 만들어 마음속에 가득히 담아 오고 싶은 기분뿐이다.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산이 있고, 그 아래를 여유롭게 흐르는 강이 있어 더없이 아름다운 전경이다. 호텔 앞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고, 그들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들의 삶을 떠날 수 없는 기도.

아름다운 동양화에 심취되어 그 속에 빨려 들어가 보고 싶은 기분에 호텔 앞 강가를 나섰다. 아침 일찍부터 일터에 나서는 티베트인들이 오가고 있었으며, 아름다운 동양화 속에 한 여자가 책을 읽고 있다. 티베트의 여행 안내원이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왔다고 한다. 여행을 안내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사람도 아름다운 광경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 이리라. 호텔 밖 도로에는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오고 간다. 지난 저녁에 고산증에 시달린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어 그들은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아무런 내색도 없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신기할 뿐이었고 너무나 이상하게 보였다. 지금도 도저히 뛸 수가 없고 조금만 급히 걸으면 숨이 가쁘게 쉬어짐을 느낄 수 있는데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역시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으니 그렇게 적응이 되었으리라.

티베트에도 거대한 강이 있다.

호텔 앞을 흐르는 라싸 강은 수량이 대단하여 티베트를 흠뻑 적시고도 남을 정도로 풍부하게 흐른다. 풍부한 수량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티베트이라고 하면 사막과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호텔 레스토랑에 들러 보통 여행지 호텔에서 제공되는 빵과 소시지, 우유 등의 여느 뷔페 음식과는 다른, 계란과 흰 죽 그리고 간단한 야채로 제공된 아침 식사를 한 후 3일째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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