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의 여름 별장, 노블링카 모습)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 보니 호텔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멀쩡해진 듯하다. 하지만 아프면서도 조금 참아 보려던 사람 중에는 적응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두통을 안고 가는 사람도 있어 즐거워야 할 여행을 많이 힘들어했다. 현지인들의 모습은 고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이 뛰면서, 걸으면서 일상 일을 해나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티베트의 자랑거리이면서 아름다운 궁 ‘포탈라 궁’은 관람 시간을 여행 단체별로 지정해 준다는 것이다.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깊숙이 숨어 있는 그들의 계산이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관람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인 '노블링카'를 먼저 가기로 하였다.
티베트의 자존심 포탈라궁의 관람은 과학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라싸에 오는 관광객 정보가 수시로 수집되면 하루에 관람인원이 한정이 되고, 관람을 원하는 관광객은 관람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주면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정해진 입장 시간의 30분 전에만 입장을 허용하면서 너무 일찍 찾은 관광객은 시간이 될 때까지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하며, 일정한 문으로 입장해서 정해진 문으로 나가야 한다고 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그들의 계획에 수긍을 하면서, 생각보다는 훨씬 앞서 간다는 생각이 든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의 티베트 종파인 라마교의 영적 지도자를 일컫는다. 1578년에 최초로 라마교 지도자에게 부여된 이 명칭은 '지혜가 넓은 바다와 같고 큰 덕을 소유한 위대한 스승'으로 번역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명칭이 부여된 것은 열세 번이다. 추종자들은 달라이 라마가 지속적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환생을 믿고 있다고 한다. 수도승들은 달라이 라마가 사망한 시점에 즈음해 태어난 달라이 라마의 후보로서의 어린 소년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소년을 '새로운' 달라이 라마로 확정하기 전에 환생의 연속선상의 인물임을 드러내는 여러 징후들을 찾아낸 후, 지도자의 역할에 부합하도록 교육과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달라이 라마 - Daum 백과)
물론 입장 때에는 외국인의 여권과 라이터 그리고 위험한 물건의 소지 여부를 엄격하게 조사하고 있었다. 입장에 관한 복잡한 절차는 관람객이 많은 시기에 한정되는 것이고, 겨울철과 같이 입장객이 적을 때에는 까다로운 절차가 없어진다고 한다. 입장시간이 남아있기에 찾은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 노불링카(Norbulinka)‘는 보석 정원’이라는 뜻으로,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에 걸맞게 무엇보다도 넓은 정원과 예쁜 꽃들로 장식되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 같았다. 1751년 달라이 라마 7세에 의해 건립되었으며, 정원은 동쪽의 노블링카와 서쪽의 진서링카인데 이것은 당초에는 노블링카안에 있는 작은 사원이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여름 궁전답게 대나무 소나무등으로 길게 산책하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수많은 꽃들을 장식하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많은 티베트인과 관광객들이 평화롭게 거니는 모습이 보인다. 현재 인도에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도 어린 시절을 여기에서 보냈으며, 인도에 망명할 당시에는 이곳을 수비하는 군인으로 변장한 뒤 탈출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어린 달라이 라마는 국가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면서 망명을 했겠지만 현재까지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음은 약소국의 설움이 아니겠는가?
여름궁전에 들어서면 넓은 응접실이 나오고, 응접실 안쪽으로는 달라이 라마의 침실과 명상을 하던 방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던 욕조가 있는 목욕탕, 좌식 변기, 유럽풍의 소파 등을 볼 수 있다. 달라이 라마가 겨울에는 포탈라에서 머물고 여름엔 노블링카에서 머물렀다고 하는데, 확실히 포탈라궁보다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어 현 달라이 라마가 포탈라궁보다 노블링카를 더 좋아했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나절 한가함을 풀어주는 여름 정원의 산책은 약간은 덥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상쾌한 기분을 준다. 여기저기에 있는 연못이 한가롭고 그 사이에 조성된 꽃들이 한결 산뜻함을 전해주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산책을 하는 여느 강변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이곳을 찾은 현지인들도 많은데, 대부부이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산책하듯 구경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이것은 티베트라는 나라에 관한 우리의 선입견 때문이 아닌가도 생각이 된다. 하얀 포탈라궁은 엄숙하고도 웅장한 사원 같은 거대한 느낌을 주지만, 여름궁전인 노블링카는 밝은 정원이 딸린 고궁 같은 느낌에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 한가한 한 때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