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아버지)
아버지, 한 여름이 왔습니다.
텃밭엔 아욱 잎이 나풀대고
상추대공이 쑥 자라나
한가로이 멀뚱대는 여름입니다.
쏟아지는 여름철 뙤약볕에
알찬 열매 맺어
훗날을 기약하는 여름철이
구성진 여름 뻐꾸기 소리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 한 여름이 왔습니다.
엊그제 심은 텃논 자락엔
볏 잎이 검푸르게 자라 올라
스치는 바람에도 일렁이고
이슬 맺은 하얀 거미줄 흔들며
계절을 노래하는 여름철이
농부들의 땀에 젖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먼 하늘 밑 산자락엔
초봄에 쏟아졌던 연초록 물감이
한 여름의 풍성한 검푸름에
기꺼이 자리를 맡기고 물러나
이젠 어엿한 산 모양을 이루는
풍성한 아버지의 한 여름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아름답던 연초록의 초봄이
싱싱한 봄의 숨결에 잦아들어
초여름의 가득한 열기에 살이 찌고
한 여름 풍성함으로 가득 해져
가슴속에 행복을 안겨 주는 여름입니다
풍성함을 안겨주는 열기와 함께
고단함과 뿌듯함을 함께 주던 여름이
아버지의 그림자가 되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한 여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