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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l 16. 2024

아버지, 한 여름입니다.

(기억 속의 아버지)

아버지, 한 여름이 왔습니다.     

텃밭엔 아욱 잎이 나풀대고

상추대공이 쑥 자라나

한가로이 멀뚱대는 여름입니다.


쏟아지는 여름철 뙤약볕에 

알찬 열매 맺어

훗날을 기약하는 여름철이

구성진 여름 뻐꾸기 소리와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 한 여름이 왔습니다.

엊그제 심은 텃논 자락엔

볏 잎이 검푸르게 자라 올라

스치는 바람에도 일렁이고

이슬 맺은 하얀 거미줄 흔들며

계절을 노래하는 여름철이

농부들의 땀에 젖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먼 하늘 밑 산자락엔

초봄에 쏟아졌던 연초록 물감이 

한 여름의 풍성한 검푸름에 

기꺼이 자리를 맡기고 물러나

이젠 어엿한 산 모양을 이루는 

풍성한 아버지의 한 여름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아름답던 연초록의 초봄이

싱싱한 봄의 숨결에 잦아들어

초여름의 가득한 열기에 살이 찌고

한 여름 풍성함으로 가득 해져

가슴속에 행복을 안겨 주는 여름입니다


풍성함을 안겨주는 열기와 함께

고단함과 뿌듯함을 함께 주던 여름이

아버지의 그림자가 되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한 여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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