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와 초가집의 추억)
초가집 골을 타고 내린 빗물이
안 마당 빙 돌며 한숨 돌릴 때
고요함에 묻혀있던 시골집은
추적이는 빗소리에 묻혀버리고
어느새 그 소리는 집주인이 되었다.
울너머 감나무에 내린 빗줄기
간신히 방울 되어 잎에 머무다
대지에 움푹 파인 자국 만드는
여름날 물방울 추적거릴 때
시골집은 한가한 여름 낮잠에 젖어
고단한 오후를 잊어버렸다
호박잎에 내려앉은 작은 빗방울
가느다란 바람에도 힘겨운 잎이
나도 몰래 허둥대며 흔들어 대면
환한 웃음으로 갈갈대는 순간
앗차 하며 대지 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감나무 작은 열매 맺고
호박 넝쿨 울 넘어갈 때쯤
옥수수 꾀꼬리 삐죽이 나오며
하얀 머리순 나풀거리면
이내 여름은 곱게 영글어
검푸른 뒷산과 하나가 된다
다시 찾은 빗방울 옹골차지면
여름은 그만큼 성숙해지니
넉넉한 여름은 더위와 함께
오는 가을자리 마련해 주고
뒷걸음질로 저만큼 물러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