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마냥 Oct 29. 2024

가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색소폰 버스킹을 해야했다.

(색소폰 연주를 마치고)


언제나 밥만 먹고살 수는 없다는 생각, 재미가 없어서다. 가끔 수제비도 먹고, 국수도 먹어야 제맛이지 않겠는가! 여기저기에 기웃거리는 이유다. 몇 년째 같은 행사만 해온 색소폰 동호회, 연말 연주회가 고작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없을까? 색소폰을 이왕 연주하는데, 재미있는 방법은 늘 고민이었다. 회원들은 모두 일선에서 일을 하기에 언제나 발로 뛰는 회장 아닌 심부름꾼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해 온 색소폰 연주회는 장소를 마련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지자체를 통하는 것도 어렵고, 개인을 상대하기는 더 어려웠다.

4월 버스킹을 하면서 마련한 자리

회원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고민하게 한다. 이게 무슨 짓인가? 더운 여름날 시내를 오가며 연주장소를 물색한다. 긴 서류를 작성하고 사정도 하며 장소를 물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벚꽃길 낭만의 거리에서 버스킹을 마쳤다. 지난 4월, 벚꽃이 한창이던 저녁이다. 느닷없이 울려 퍼진 색소폰 연주, 길 가던 사람들이 다 멈추었다. 박수를 치고 고함을 지르는 풍경, 짜릿함에 신이 나는 무대였다. 여기에 어설프지만 사회까지 봐가며 성황리에 올해 첫 버스킹을 마치고, 다음 장소를 물색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곳, 청남대 어울림 마당이다. 일 년간 연습을 하고, 어렵게 장소 물색이 끝났다. 이제 회원들과 연주하는 것만 남아 있었다. 멋진 무대에 음악이 있으니 관객만 있으면 모든 것은 완성된다. 멋진 무대에 가을비가 내리는 풍경, 조금은 어설프지만 가을 맛을 안겨주는 풍경이다. 오가는 관광객들이 박수를 치고 고함을 지른다. 와, 이러면 성공적이라는 생각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사 아니던가? 먼 길을 온 관광객들이 시간에 쫓기며 잠시 발길을 멈추곤 한다. 와, 이렇게 많은 사람인데 발길을 서두른다. 

수많은 관객들이 북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조금은 썰렁한 버스킹이 되고 말았다. 관광객들에 비 오는 가을 오후, 발길을 잡아 놓기에 조금은 아쉬운 버스킹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연주했으니 되었다는 생각으로 다음을 준비한다. 다시, 연말 연주회가 남아 있다. 회원들의 힘을 다시 모으는 수밖에 없다. 버스킹이 끝남에 따라 조금은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아직 연말 연주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밥만 먹으며 살 수는 없다. 조금은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다. 이제 무엇으로 심심함을 달래 볼까? 다시 남아 있는 전시회가 있다. 전반기에 끝난 수채화 전시회가 다시 날짜가 잡혔다.


고등학교 졸업 100주년을 기해 초대작가전이 열린다. 신나는 굿판이 이어지고 있다. 뛰어난 그림이 아니면 어떻고, 엄청난 연주가 아니면 무슨 상관인가? 지루함을 달래고, 멋진 삶을 장식할 수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이왕에 태어났으니 치열하게 살고 싶어서다. 남아 있는 수채화 전시회와 연말 색소폰 연주회가 잘 끝났으면 하는 마음에 바빠진다. 다음엔 무엇으로 심심함을 풀어낼까? 방송국에 원고를 보내고, 다시 신문사에 보낼 글이 남아 있지 않은가? 은퇴가 쉼을 줄 것 같지만 이것저것에 기웃거림이 많은 일을 주고 있다. 밥만 먹고살 수는 없기에 또 기웃거리는 하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