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 엉덩이가 다 보인다.

세월이 주는 지혜(나미비아의 사막)

by 바람마냥

언제부턴가 정원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든다. 저녁에도 오고 낮에도 가끔 찾아온다. 하지만 시골집을 드나드는 고양이는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쓰레기통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하고, 잔디밭에 실례를 해서 많은 파리떼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살아가는 데 귀찮게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기에 못 본 체하며 같이 살아가고 있다. 먹을 것을 주면 상주할 것 같아 주는 것은 없지만, 근처에서 서식을 하며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깜짝 놀라는 일이 일어났다. 고양이가 새끼를 입에 물고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어쩐 일인가 하여 살펴본 결과, 고양이가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 같았다. 위쪽에서 살던 고양이가 아래쪽으로 옮기는 과정에 새끼들을 옮기고 있는 것이었나 보다. 누군가 귀찮게 했는지 고양이는 삶의 터전을 옮겨 잘 살고 있지만, 가끔은 창고 문을 열어 놓으면 사고를 친다. 쓰레기 봉지를 뜯어 창고 안을 더럽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고양이는 눈을 반짝이며 창고 밖에서 어슬렁거린다. 언제 문이 열리나를 고대하는 것 같다. 시골집은 언제나 습기와 싸워야 하기에 수시로 문을 열고 통풍을 시킨다. 하지만 고양이가 지키고 있어 열어 놓는 것이 망설여진다. 할 수 없이 문을 닫고 창문만 열어 놓고 말았다.


얼마 후, 창고문을 열려고 창고엘 갔더니 새끼 고양이가 기웃거린다. 내가 다가가자 뒤를 돌아보며 사는 집 방향으로 도망을 친다. 하지만, 사는 곳을 알기에 숨는 것을 가만히 보며 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양이가 사는 곳은 아랫집에서 스티로폼을 몇 장 쌓아 놓은 곳에 있다. 그 위에 차양막을 접어 얹어 놓은 구석이 그들의 집이다. 새끼 고양이는 그곳으로 줄행랑을 치는데, 갑자기 머리를 쑤셔 박으며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러더니 조용해졌다. 그곳에 몸을 숨기고 조용해진 것이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는 머리는 차양막에 숨기고, 엉덩이는 다 보인다. 그러고 숨은 척하며 조용하다.

새끼 고양이가 머리만 숨기고, 엉덩이는 다 보이게 했으면서도 조용히 있는 것을 보면서 새끼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흐르고 삶의 연륜이 쌓이면, 어미 고양이처럼 멀리 도망을 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몸을 숨기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똑같으리라. 어린아이가 자라나면서 세상을 읽는 방법을 터득하고, 삶에 연륜이 쌓이면서 노련하고도 세련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과 똑같은가 보다. 새끼 고양이가 머리만 숨기고, 엉덩이가 훤히 보이는 것을 알지 못하듯이 아이들은 순진하면서 탓할 것이 없어 예쁘게 보이는가 보다.


머리만 숨고, 엉덩이는 보이는 새끼 고양이를 보면서, 창고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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