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건강(몽골의 흡수골)
"18년 전에 800주고 산거여!"
자신감과 여유가 넘치는 소리다. 허름한 듯한 자전거를 옆에 두고 의자에 앉으신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이다.
연세가 어느 정도는 된듯한 어르신이 여러 사람을 앞에 두고 자랑하듯 이야길 계속한다.
"앞으로 10년만 더 탔으면 좋겠어. 이 자전거를..."
"난, 자전거 길이 아닌데 절대 안가. 친구는 내 말을 안 듣다 사고가 나서 절뚝거리며 걸어.
자전거도 못 타고" 자전거를 자랑하던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 할아버지는 연세가 얼마나 되셨어요?" 옆에 있는 사람이 묻는다.
"올해 여든셋이니까 아흔셋까지만 탔으면 좋겠어"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살아 있다고 다 살아 있는 것은 아닌 듯했다.
18년 전, 그러면 2002년인데...
할아버지 연세 83에서 18년을 빼면 65세이니까, 은퇴를 하시면서 800만을 들여 자전거를 산 셈이다.
은퇴를 하면서 800만 원짜리 자전거를 타고 18년간을 거의 매일 자전거를 타셨단다.
한 번에 자전거를 타는 거리는 대략 40km라 하신다.
옆에서 보기에 허름해 보였지만, 18년을 함께 했으니 자전거의 상표가 옷자락에 닿아 다 지워져서 그렇게 보였나 보다.
언젠가, 전주비빔밥집에 들러 비빔밥을 주문했다. 옆 식탁에는 여든도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하얀 모시로 된 한복을 입으시고 식사를 하신다. 흰 수염도 보기 좋도록 기르신 어르신은 식사와 함께 옆에는 소주병이 하나 근사하게 놓여있다. 식사를 하시면서 소주 한 병을 거뜬히 비우시고 유유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신다.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어울려 일주일에 한두 번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자전거를 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먼길을 돌아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있는데, 아침나절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자전거 도로의 쉼터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아직도 정정해 보이는 할아버지는 연세가 여든셋이라면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그 정도의 연세이면 건강에 많은 걱정이 될 텐데 전혀 그런 내색도 없이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고 하니, 800만 원이 아니라 8천만 원이라도 잘하셨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만약에 자녀들이 사주었다 하더라도 얼마나 잘한 일인가? 그 많은 여유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어딘가 불편한 몸이 되어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듯한 연세인데, 아침나절 자전거길이 신이 나서 달린다. 친구들과 어울려 세월을 논하고, 젊은이들을 앞에 놓고 그 세월이 신이 나서 자랑하신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의 여유를 기대하신다. 흘러넘치는 여유를 보면, 그 세월은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참, 보기 좋은 삶의 여유가 아닌가? 18년 전에 800을 주고 산 자전거 어르신이 그렇고, 소주 한 병을 유유히 마시고 떠나는 어르신이 그렇다.
몇 년 전에 친구들과 어울려 기백만 원 정도 되는 자전거를 샀다. 기백만원도 고심 끝에 마련하여 준비한 돈이었다. 그렇게 준비한 자전거를 친구들과 어울려 건강을 다지면서 즐기고 있다. 하지만 그 어르신들과 같은 여유가 흘러넘치는 삶은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선뜻 800만 원이 그렇고, 당당한 모습으로 소주 한 병을 거뜬히 비우고 나서는 마음의 여유가 더 부럽다. 아직 세월이 있어 그러하리라 생각하지만, 세월이 되면 나도 그렇게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다시 새 아침의 맑은 바람을 마시며, 자전거 안장에 앉아 그런 여유를 위해 달려본다. 낯선 사람들 앞에 삶을 자랑하고, 우아한 식당에 유유히 앉아 한잔의 소주잔을 즐기는 여유를 위해 바람을 갈라보리라. 그것도 품위가 있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당당한 모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