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의 어려움)
어느 시골의 가난한 집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처로 중학교를 갔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 과외를 받는다 했다. 음악과 미술이라는 것을 공부한다 했다. 세상에 이렇게 사는 곳도 있구나! 오로지 냇물에 멱을 감고 미꾸리 잡던 사람이 만난 어리둥절이었다.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서러움과 낯섦, 나도 한 번 해 볼 수 있을까를 늘 가슴에 안고 살았다.
아내를 설득해 색소폰을 구입한 것은 지천명이 넘어서다. 나도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나는 왜 할 수 없을까? 국영수에 매달렸던 사람은 역시, 음악은 어려웠다. 도저히 할 수 없음을 실감하고 오기가 났다. 냉기가 도는 지하 연습실에서 이를 악물었다. 동호회원들과 함께하던 연습, 삶이 달랐던 회원들과는 어울림이 달랐다.
세상은 참, 다양하고도 삶이 어려워 보였다. 틀에 짜인 공무원의 삶은 모든 것이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어울리던 동호회는 삶이 다르다고 반으로 갈라섰다. 사람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자기의 삶과 다르다고 뛰쳐나가는 회원들, 어떻게 해야 할까? 쉬이 만날 수 있는 음악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를 악물고 도전이었다. 남은 회원을 모아 동호회를 꾸려나가기로 했다. 전세 대금을 대고, 회원을 모았다.
한동안 어울리던 회원들, 다시 반목이 생겼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반으로 또 쪼개졌다.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재도전의 길로 들어선 것이 어언 10여 년이다. 이렇게 동호회를 꾸려가면서 수많은 사건을 만나야 했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 열 길 물속보다도 알아내기가 훨씬 어려웠다.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했으니 어지간한 사람이면 해내지 못할 일이다. 언제나 마음을 먹었으면 해 내야 하는 사람, 우직하면서도 바보스런 사람이다.
사람들은 내 마음과는 달랐다. 연주회를 위해 시간을 정하고 출발한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미리 와 준비를 하지만, 출발시간이 임박해서야 도착한다. 간신히 출발하는 차량에 올라 행사장으로 향한다. 언제나 지루한 연습, 가끔 먹거리를 들고 나선다. 혹시, 나비처럼 바람을 일으키고 싶지만 쉽지 않다.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제나 가슴이 뻐근하다. 누구를 위한 듯이 등장하는 사람, 연습일과는 상관없는 듯한 사람, 생각 없이 하는 듯한 소리에 속이 상한다. 당장 집어치울까? 누구를 위한 일이기에 밤잠을 설치며 이 짓을 한단 말인가? 동호회 일을 하면서 만나는 하루하루의 삶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과 삶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또 실감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 또 연습실로 향한다. 갑자기 연습실이 말끔해졌다. 누군가는 말없이 청소를 한 것이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 소리 없이 표시도 없다. 할 수 없이 또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 연주회가 끝나자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저렇게 좋아하면서 왜 연습은 하지 않을까? 조용히 회원들의 마음을 가늠해 보지만, 알 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음에 또 망설인다.
연주회가 끝나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해묵은 브이를 그리며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또, 술잔을 기울인다. 모두가 신나서 하는 몸짓이다. 평소 행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갸우뚱하지만,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가끔 먹거리를 들고, 어려워도 나서는 연습실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어려 집어치울 수 없는 동호회 일이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하긴, 나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