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에 옷, 어떻게 입어야 할까?

(간단한 옷차림과 예의)

by 바람마냥

옷이 고민스럽다.

친구 자녀의 혼사에 옷차림이 걱정이다.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데 고민거리다. 정장은 온전할까도 걱정되고, 또 넥타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도 고민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언제나 정장이었다. 구두를 신고 넥타이를 매며 다소곳한 옷차림, 평생의 복장이었다.


은퇴를 한 후의 차림은 달라졌다. 오랜만에 넥타이를 하고 나니 너무 불편하다. 얼른 넥타이를 풀어내야 숨을 쉴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이 이렇게 간사할 줄이야. 평생의 복장이 아주 불편한 몸으로 변한 것이다.

예의를 갖추느라 정장을 입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세월이 변해 있음을 짐작한다.


젊은이들의 옷차림은 자유스럽다. 개성이 있고 나름대로의 편리함을 추구한다. 트렌드에 맞추어 입고 나섬이 멋지게 보임은 젊음이 담보되었으니 가능한듯했다. 얼마 전엔 저런 젊음이었는데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스쳐 지나간다. 젊음은 영원할 줄 알았고, 나만은 슬쩍 지나칠 줄 알았다.


복장은 품위를 선사한다.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얼른 텍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예의를 갖추기가 쉬지 않음은 복장이 그러하고, 말이 그러하며 삶이 그러하다. 친구 자녀의 결혼식이니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머릿결이 희끗희끗한 친구들의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복장이 어울리는 차림일까?


점퍼 차림도 있고 정장도 있으며, 청바지에 젊음을 과시하는 복장도 등장했다. 나름대로의 개성이 뚜렷한 복장에 잠시 망설여지는 세월이다. 허연 머리칼에 깔끔한 정장이 그럴듯했다. 평생의 직업을 잘 나타내 준다는 생각이다. 깨끗한 점퍼에 넥타이를 한 친구, 수수하지만 품위가 있어 좋다. 아, 늙어 갈수록 복장이 깨끗해야겠구나! 신발도 복장에 어울리는 것이 좋고, 늙음엔 나름대로의 어울림이 훨씬 품위가 있었다.


옷이 날개이기도 하고, 옷은 사회적인 언어라고도 한다. 넥타이로 마음을 나타내기도 하고, 복장으로 대변하기도 한다. 단순히 몸을 가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개성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복장이 예사롭지 않다. 수수하지만 품위가 있다. 엄청난 부티가 나는 것은 아닌데, 어디선가 풍기는 품위가 달랐다.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나를 표현하는 복장, 언제나 신중하고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은퇴 후에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가끔 색소폰 연습을 하고, 화실에 들러 수채화를 그린다. 가끔 등산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복장도 각양각색이다. 반바지 차림으로도 등장하고 샌들로도 나타난다. 양말은 벌써부터 신지 않는다. 자신만은 대단하게 편하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이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살아간다. 나만의 편리함이 우선이지만 만나는 이웃들을 대함에는 편안함만 고수할 수는 없다.


옷, 늙음엔 더 고민해야 한다.

복장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예식장에서 예의를 갖추고 장례식장에선 조의를 표해야 한다. 말이나 행동보다 외부로 보이는 복장으로 대신할 수 있다. 결혼식장에 모인 친구들, 가끔은 흐트러진 머리칼에 구겨진 셔츠차림으로 등장한다. 누가 봐도 조금은 어설픈 복장이다. 품위가 있어야 하고 축하하는 자리에 왜 저런 모습으로 나타날까?


사람이 옷을 입지만 옷은 그 사람을 대변한다. 평소의 삶과 생활 모습이다. 초면에 만난 사람이 풍기는 첫인상엔 외모나 옷이 대변한다. 비싼 옷과 악사세리를 갖춤보다는 나름대로의 세련미를 더해야 한다. 늙어감에는 더욱이 비켜갈 수 없는 외모다. 언제나 운동으로 몸을 보전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한 여름, 꼿꼿하게 몸을 보전한 어르신이 모시옷을 차려입고, 희끗희끗한 머리에 중절모로 무장하셨다. 전주비빔밥을 맛보러 찾았던 유명 식당이다. 식당에 들어서는 어르신한테 눈이 멎었다. 중절모를 벗어 놓고 점심을 주문하신 어르신, 소주 한 병을 손수 따라 드신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품위다. 와, 외모가 저런 품위를 나타내는구나!


옷은 몸을 가리거나 보여줌을 지나 나를 표현해 주는 역할도 한다. 옷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운동할 때는 운동복이어야 하고, 산에 오를 때는 등산복이어야 한다. 나의 편리와 비싼 옷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고 어우러지는 복장이어야 한다. 더구나 품위 있는 늙음엔 어울림과 깨끗함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만은 비켜 갈 줄 알았던 세월은 공평하게 흘러갔어도 세월에 짓눌린 삶을 옷으로 망가트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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