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만난 생각)
도드라진 방도는 없어
더위 속에 하루 살아 낸다는 건
진한 여름이 던진 숙제인 것 같아
창문을 열고 바라보는 하늘이
단박에 답을 주는 아침이다.
시원함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하늘 속에 들이미는 긴 팔뚝에
얕은 소름으로 화답하는 골짜기
아침은 아직도 늦봄이라 여기라 한다.
창문 속에 밀려오는 맥칼 없는 소리는
슬쩍 울어주는 여름 뻐꾸기의 싱거운 외침
무더운 여름날 피해 마실을 가는지
긴 여운으로 골짜기를 흔들어
그예 오래전 세월 속으로 스며들고 말았다.
늙음은 소식 없이 찾아오는 세월
얼마나 공평한지 누구도 거역할 수 없어
거역도, 피함도 없음은 이제
모두의 삶이 되어 버렸다.
이제, 여름을 늦봄으로 여기라는 아침에
늙음 속에 젊음은 될 수 없나 해서
세월을 뒤집고 엎으려 했도
소진한 근육은 버팀이 없고
가쁜 숨마저 참으라 하는 사이
어느새 여름 속 늦봄은 산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