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뜬 초저녁)
달 중에 으뜸은
그래도 초승달이지
손톱 닮은 눈썹 같아 어여쁜 데다
채울 수 있는 여백이 있으니까
기다림을 가진 그 초승달은
초가지붕에 내리면 좋고
산말랭이에 걸쳐도 괜찮은데
감나무에 걸터앉으면 훨씬 좋다
가지의 구김 없는 구부러짐에
감나뭇잎의 흔들림이 있고
바람그네 타는 홍시의 흔들거림은
빠듯하게 살아가는 구차함이 없는 듯해서다
기다림을 품은 더 좋은 초승달은
가을 녘의 감나무에 걸터앉아
아래론 하얀 박꽃이 핀 초가이면 으뜸이다
엄마 닮은 맑고 하얀 박꽃에
아버지 등처럼 넓은 초가지붕 위엔
붉은 홍시가 바람그네를 타고
가을 낙엽이 하얀 달빛에 젖어
잦아드는 밝음을 물들이는 검은 저녁은
그리움과 추억 속에 젖어들게 해서다
달 중에 으뜸 달인 초승달은
감나무와 초가지붕에 박꽃이 피어야 하고
맑은 하양에 붉음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자연의 한가함이 한데 머물던 그 가을은
그리움 끌어내고 싶은 가슴속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