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금, 할까 말까부터 알릴까 말까까지 고민거리다.

(부조금이 주는 생각)

by 바람마냥

부조금의 진화

부조금(扶助金)이란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에서 상대를 돕기 위해 전해주는 돈이다. 한자의미로 보면, 도울 부(扶), 도울 조(助)이니 큰 일에 상대방을 도와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오래전, 시골에선 쌀이나 보리쌀을 전달하기도 했고, 이웃끼리 계를 모아 도우며 살아갔던 기억이다.


낯선 문자가 왔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번호다. 한참을 생각해 보니 오래전에 같이 근무했던 지인이다. 결혼식 청첩장이고, 상을 당했다는 부고장이다. 부조금을 해야 할까? 얼마를 해야 할까?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시간이 되지 않아 고민이었다. 봉투를 부탁하기도 하고, 대신 전달도 했다. 세월이 흘러갔다.


혼주나 상주의 계좌번호를 알아냈고 부조금을 보냈다. 서로에게 계좌번호를 공유하며 훨씬 수월해졌다. 더 세월이 흘러, 모바일 청첩장과 부고장이 생겼으니 계좌번호는 물론이고 복사해 붙이면 순식간에 돈이 오간다. 아무 걱정 없이 전달되고 받는 부조금, 세월이 변했으나 고민이 더 많아졌다.


부조금, 진짜 고민이다.

문자가 왔다는 신호다. 얼른 열어보자 자식 혼사가 있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마음에 축하 문자를 보냈다. 가까운 지인이니 고민할 것도 없다. 얼마 보낼까도 금방 정해졌다. 아무 걱정 없는 문자다. 상을 당했다는 문자도 전혀 걱정 없음은 가까운 지인인 경우다. 고민이 생겼다. 할까 말까부터 얼마를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오래전에 함께 근무했던 사람, 얼굴만 알고 있는 지인이다. 나를 기억해 줌이 고맙기도 하지만, 부조를 할까 말까부터 얼마를 해야 할까 고민이다. 보낸 돈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까도 걱정되고, 무시했다간 언젠가 만나는 경우엔 난감해서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으론 혼사철마다 까똑거리는 소리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어느 순간 만원에서, 3만 원이 되었고 5만 원이 되었으며 갑자기 10만 원이 되었다. 7만 원짜리 지폐가 있었으면 어떨까? 가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는 고충은 소소한 서민들의 이야기다. 수백만 원이 오가는 유명한 사람들이야 다른 리그에 사는 사람이니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이면이야 어떻든지 몇 백이 오고 갔다 한다.


얼마를 벌어야 저만큼 보낼 수 있을까? 가끔은 화가 나는 금액에 깜짝 놀라도 다른 삶을 살아감에 눈을 감고 만다. 왜 이런 기사가 서민들의 눈에 보여야 할까? 자기들끼리 알고 지내면 안 될까? 기어이 표를 내서 서민들을 초라하게 함은 불편하다. 기백만 원이 오간다는 소식에 삶이 주춤거려도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을 위로하며 하루를 맞이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40여 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했다. 어느 선배의 충고, 지난 부조금은 기부했다는 생각으로 아쉬워말라 한다. 옳은 이야기지만, 사람인데 쉽지 않다. 야속한 살림살이는 그동안 건넨 돈이 얼마인지 아쉬워서다. 한두 푼을 아끼며 살아가는 은퇴살이, 아직도 오가는 연락이니 고민스럽고 당황스러운 부조금이다. 긴 세월 살아온 만큼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을 했다. 소소한 서민살이는 삶도 그렇게 만들고 말았다.


혹시, 받은 금액보다 적게 보내면 곤란할 것 같아서다. 엑셀파일로 금액을 일자별로 정리했다. 몇 해전, 아들 결혼식이 있었다. 은퇴를 한 사람이기에 최소한의 청첩장을 보내기로 했다. 우선은 아직도 모임을 하는 사람들과 친척들이다. 친척들도 그간 왕래가 있었던 사람으로 한정했다. 얼마 전에 맞이한 장모님 장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인들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아는 정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선배의 충고가 떠 올랐다. 은퇴를 했으니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말.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 한다. 부조금을 보낸 지인도 있다. 당황스러워 사과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마음을 정했다. 내가 부조를 많이 한 사람만으로 정했다. 이것이 옳은지 그리고 야박한 것이 아닌가도 고민스러웠다.


행사가 끝나면 여전히 고민이 남는다. 연락이 닿자마자 부조금을 보내고 아무 연락도 없다. 어렵게 닿은 봉투엔 성의 없이 휘갈겨 쓴 글씨다. 그렇게 다정했던 사이였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행사가 끝나고 한 참 후에 부조금을 보냈다.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여지없이 후회하며 왜 그랬을까를 고민하게 한다.


이웃의 어려움을 서로 돕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부조금, 이젠 뿌리칠 수도, 다가갈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얼마를 해야 할까? 또 보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또 고민하게 하는 부조금이다. 모든 행사가 끝났지만 대답 없는 지인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괜히 보낸 청첩장이 쑥스럽고, 부고장이 민망스럽다. 어느 것이 현명한지 아직도 모르지만, 바쁜 중에도 달려와 축하와 위로를 건넨 이웃들이 고마울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