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추억)
아버지, 아버지 모습이
어느 날 뜬금없이
떠오르게 된 것이 아니라
마음을 훌쩍 열기가 그리도
오랜 세월이 필요했나 봅니다.
아버지, 연초록 봄날
새봄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한 해의 농사일에 묻혀
삶의 무게에 버거워하시던 모습을
이제야 알게 된 노년의 아들이
어설픈 아버지가 되어
어렵게 마음을 열었나 봅니다.
아버지, 어느 여름날 저녁
별빛이 쏟아지는
깔끌한 멍석에 둘러앉아
모깃불과 함께 두런거리던 아들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이제, 노년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어느 가을날
아버지 등에 업혀
온몸의 열을 식혔던 아들은
이제, 아버지가 되어
따스한 온기를 전해야만 하는
노년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봄의 열병을 앓아
이글대는 여름을 성숙시키고
성스런 가을을 맞이하여
모진 겨울날을 마음껏 즐기는
아버지 농부가 되려는 아들이
너무나 오랜만에 가슴을 열었습니다.
아버지, 너무나 오랫동안
어설픈 아들의 가슴속에
아버지가 맴돌았습니다.
아버지, 너무나 긴 세월 동안
정말로 너무나 긴 세월이었습니다.
아버지,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