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길을 잃으며 살아왔다.

(길을 잃었다)

by 바람마냥

오늘도 길을 잃었다. 이층에서 왜 내려왔는지 알 수가 없다. 세월이 만들어준 슬픔을 안고 다시 이층으로 되돌아간다. 이층에 올라오니 생각났다. 다시 내려온 일층, 혼돈스러운 늙음은 고단한 발길을 만들었다. 세월 따라 수없이 길을 잃고, 일층과 이층을 오가는 세월이다.

젊음엔 도전과 허세로 길을 잃었고, 늙음엔 세월의 짓눌림에 길을 잃고 살아낸다. 길을 가다가도 있는 일이고, 일을 하다가도 있는 일이며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길을 잃는다. 가야 할 소실점을 잃어버렸으니 영혼의 길을 잃고 만다. 왜 이렇게 가야 하는 길을 잃으며 살아왔을까?


자그마한 시골에서 자란 뼛속까지 시골사람,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해야 했다. 학교를 오가는 것도, 숙제를 하는 일도 그리고 하루를 노는 일도 나만의 선택이어야 했다. 가르침이 없었던 선택은 늘, 길을 잃었다. 자식을 기르면서도 여러 길을 잃었고, 사람을 만나면서도 수많은 길을 잃었다.

고희의 삶이 되었으니 이젠, 선택은 수월하리라 생각했던 오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여전히 선택은 어려웠고 길을 잃는다. 왜 그렇게도 많은 길을 잃고 또 되돌아올까?

모든 삶에 직선을 싫어했다. 일상의 반복이 지루했고 싫증이 왔다. 일상 먹는 것도, 사는 것도 그러하며 살아가는 놀이도 쉽게 싫증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오는 길은 서너 개였다. 서너 개의 길만 오가긴 싫증이 나고 지루했다. 기어이 다른 길을 택하여 산을 헤매고, 들판을 쑤시며 다녀야 했다. 먼 동네를 휘돌아 오는 것이 신기했고, 낯선 산말랭이를 돌아 먼 길을 힘겨워도 즐거웠다. 가끔은 갈 길을 잃어 먼 길을 되돌아와야 했고,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기도 했다. 삶에도 수많은 길들이 잃어버리고 되돌아오며, 또 새길을 선택했다.

삶의 뒤편으로 내 앉으며 친구들과 자전거를 즐긴다. 일주일에 두어 번 타고나서는 자전거길, 삶의 즐거움을 주는 놀이 중에 하나다. 수없이 다닌 자전거 길에서도 끊임없이 길을 잃고 또 찾아낸다. 가던 길을 포기하고 그예 새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삶에는 이런 길도 있고, 저런 길도 있으니 늘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어떤 길로 가야 편안할까? 아니면 조금 더 고단할까? 삶에서 머뭇거리며 실패를 해도 새 길은 언제나 신기하기에 또, 선택을 달리해야 했다. 길을 잃어 먼 길을 되돌아오는 길엔 삶의 희열이 있었으니 포기할 수 없어서다.

지루함을 달래 줄 선택은 40여 킬로를 뛰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왜 나는 할 수 없을까? 일상의 삶에 다른 길을 택한 첫 번째 도전의 길이었다. 20여 킬로의 새로운 길을 따라 우직하게 달렸다. 되돌릴 수 없는 길을 택해 고단한 몸이 되었지만, 또 다른 삶에 오싹한 희열을 만들어주었다. 평생 동안 싫증을 이기지 못한 삶의 또 다른 선택과 도전이었다. 가던 길을 되돌아오기도,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평생 동안 살아오는 다양한 삶이 그랬고, 수십 개국을 헤맨 배낭여행이 그랬다. 아파트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았고, 그림을 그린다고 수다를 떨었다. 음악을 한다고 길을 헤맸고, 글을 쓴다고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몽골 상공에서 바라본 고비사막의 길, 방향도 이정표도 없는 수많은 길이 있었다. 거미줄처럼 엉킨 저 길을 어떻게 오고 갈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먼 길을 오가는 사막 사람들, 아무 거침이 없는 일상이었다.

수많은 시행과 착오를 통해 얻어낸 길은 너무 수월했다. 되돌아올 수도 있었고, 반복이 있었으며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지루함은 도전이었고 낯섦이었다. 지루함을 달랜 낯섦은 길을 잃게 했고, 먼 길을 돌아온 길은 삶의 환희를 얹어 주었다.

가던 길을 마다하고 새로운 길로의 도전, 한참을 헤매고 되돌아왔다. 삶은 여전했지만 삶은 새로웠고, 잃은 길이 아니라 건전한 새길임을 알게 한 경험이었다.

오늘도 수없이 길을 잃고 헤매는 고희의 청춘이다. 잃은 길을 탓하고 되돌린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 길게 남지 않은 소풍길이 즐겁고, 새로우면 어떤 잃은 길도 흐뭇한 길이었다. 이 길은 잃은 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한 필요하고도 충분한 활력을 주는 길이었다. 아직도 잃은 길을 헤매는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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