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늘도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점심을 해결하러 간다)

by 바람마냥

하루 세끼는 불편하다.

오늘도,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친구들과 점심을 하는데, 산을 오르고 자전거를 타며 점심까지 해결한다. 가끔은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는다. 일주일에 서너 번이니 때에 따라서는 일주일 내내 밖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저녁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평생 일을 하면서 점심은 문제 되지 않았다. 구내식당이라는 안식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이 없었을 때는 도시락을 지참하기도 했고, 외부 식당 신세를 지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사회의 뒷전으로 물러난 현실, 점심을 해결하기는 고민이 많다. 아내가 챙겨주기야 하겠지만, 아내도 일이 있고 또 하루 세끼를 받아먹기에는 불편해서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 뭐 하며 지내느냐는 말에 요리학원에 다닌단다. 뭐라고! 다시 한번 묻는다.

요리학원이라는 말에 쓸데없는 짓하지 말라했다. 친구가 하는 말은 평생을 얻어먹었으니 이젠 자기 차례란다. 몇 년 후에 만난 친구에게 사정을 물으니 웃음으로 대신하고 만다. 무슨 뜻일까?


느지감치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밥을 먹지 않고, 과일과 채소 그리고 빵이나 떡 등으로 해결한다. 효율과 편리함을 위해 합의한(?) 것이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이어지는 아침, 내일은 어떤 것으로 입맛을 맞추어야 할까? 과일을 준비하고 채소를 사야 하며, 각종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언제나 아내의 고민일 텐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내는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냉장고를 뒤지고 이곳저곳을 오고 간다. 둘이 사는데 무엇이 그렇게도 필요한 것이 많을까? 복잡한 살림살이를 보면서 하는 생각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좋다.

아침을 해결하고 난 후의 일정은 여유가 있다. 책을 읽어도 좋고, 글을 써도 되며 친구를 만나러 나가도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할 일이 더 많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한계가 있다. 우선은 자전거를 타고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혹시 하는 마음에서 망설임은 세월이 막아서는 느낌이다. 실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친구들과 근교 산을 오르기도 한다. 일선에서 은퇴를 하자 할 일이 많아졌다.


근무를 핑계로 대부분 많은 일에 열외였지만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대소사에 참여해야 하고 혹은 앞장서야 하는 처지다. 할 일이 많아진 것은 다행인 일이다.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점심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울리며 간단하게 해결하기도 하고, 혼밥을 하는 홀가분함도 있다. 나만의 시간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맛, 가끔은 괜찮다는 생각은 왜 일까? 날씨 때문에 야외활동도 제한적이다.


길이 미끄러워 자전거는 위험하고, 날씨가 추우면 산에 오르는 것도 곤란하다. 은퇴한 친구들의 비슷한 현실, 겨울엔 자전거나 등산에 관계없이 친구들과 점심을 해결한다. 맛집을 찾아 나선다. 매주 메뉴가 달라지고, 만남은 즐거우니 가끔 새로운 친구가 가세한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친구들과 어울림도 좋고, 점심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괜찮다. 아내도 나름 볼 일을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식사를 할 수 있다.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아도 사정은 비슷한 은퇴 후의 삶이다. 젊음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장거리 여행이 있고, 전국 자전거 나들이가 있다. 하루 종일 테니스를 치기도 하며 해외여행도 있었다. 세월이 흘렀고, 삶도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삶의 모습도 달라졌다.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다양한 삶을 이어가던 친구들도 은퇴 후의 조용한 삶을 이어간다. 친구들이 당구장으로 모여든다.

종일도 좋고, 저녁 내내도 좋다. 운동을 하고, 점심도 해결하고 저녁까지 해결할 수 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또 좋아졌다. 지자체마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악기연주 및 각종 놀이 교실들이 다양하다. 친구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복지회관이다. 몸도 움직이며 체력을 기르고, 여러 사람을 만나 점심을 해결한다. 늙음엔 역세권이 아닌 복세권이라 하지 않던가?


자전거를 타기 좋은 날, 아침을 들고 나선다. 과일 한 덩이와 빵 한 조각 그리고 물 한 병이면 그만이다. 지나는 길에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이 더해지면 말할 수 없는 성찬이다.

오늘도 친구들과 어울려 산에 오르고, 점심을 해결하고 온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아내 차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볼 일이 있어 남편이 없을 때 하러 나선 것이다. 한참 후, 아내는 친구들과 운동하고 돌아온단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시장을 보기도 했단다. 남편이 없는 시간의 여유다. 맞다.


남편이 있으니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부담 없이 들어서는 아내를 보며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아내에게 볼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좋다 한다. 밥을 해 먹을 수도 있고 사 먹을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한다. 하지만 아내는 선뜻 나서기를 망설인다. 평생을 맞벌이로 힘겹게 살아온 삶,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야 하는 세월이다. 식사만이라도 시원하게 해결해 주고 싶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점심을 해결하고,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친구는 이야기한다.


하루 한 끼는 무조건 밖에서 해결한단다. 약속이 없으면 만들고, 친구가 부르지 않으면 자기가 부른단다. 맛집도 널려있고 시간도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 한다. 운동을 하고, 산을 오르며 점심까지 해결하면 나도 좋고 아내도 좋아한단다. 삼시 세끼의 해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나 식당 신세를 질 수도 없고, 아내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다. 본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늙음도 현명한 일이다.

점심을 고민할 줄은 몰랐던 삶, 세월은 그것도 그냥 두질 않았다. 이래저리 고민이 많은 고희의 청춘이다.

(2026.2.1. 오마이 뉴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