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아저씨와의 소개팅에서 냉동난자까지, 나의 모태솔로 탈출 분투기
소개팅 상대는 나와의 소개팅이 두 번째라고 했다. 이전 소개팅은 그의 동료분의 소개로 만들어진 자리였다는데 서로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어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아 만난 자리에서 바로 헤어졌다고 했다. 내 심장 양 옆에 위치한 겨터파크의 개장을 인식하기 전,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럼 우리는 오늘 어떻게 되나요? 이 자리에서 헤어지나요?’ 물었고 그는 웃으며 술 한 잔 하러 가자 했다.
처음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봤을 때 순간 들었던 느낌은 ‘헉! 탈모에 스키니진?’이었는데, 2000년대 남자의 향수 쿨-워터 향이 불러온 일종의 타임슬랩 콩깍지 탓인지,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간 사이 도망(?)가지 않고 내가 기다려 달라 말했던 그 위치에서 가만히 기다려주던 모습 때문인지 나는 그가 달리 보였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가을이 오고 있는 길을 걸었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내가 물었다.
“전 입이 짧아서. 안주 많이 안 먹어요. 아무데나 괜찮아요.”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다. 어디를 가야 하나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50m나 걸었을까. 갑자기 그가 멈춰 서더니 “우리 여기 갈래요?”라고 했다. 그곳은 동네사람들이랑 늦게까지 술을 먹다 아쉬울 때 이미 취한 채로 마지막 차에 들리는 실내포차 아닌가! 순간 ‘첫 만남에 여기를요?’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쿨-워터 콩깍지가 또 작동해 버렸다. 구접스러운 포장마차가 갑자기 낭만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젊은 날을 가장 화끈하게!! 청춘포차!!라고 쓰인 문을 열고 들어섰다. 20대 손님은 가라!(오지도 않음) 마음만은 청춘들의 화끈한 공간, 인삼튀김부터 담금주까지 없는 게 없는 그곳에 해도 지지 않은 초저녁 우리는 마주 앉았다. 화려한 장미무늬 시트지를 등진 채.
주문도 하기 전, 소주 잔과 계란 장조림 그리고 멸치 고추볶음이 차려졌다. 한 벽 가득 메뉴판을 조용히 바라보던 그는 제육볶음 어때요?라고 물었다. ‘아 좋아!’ 첫 만남에 주유소 옆 실내포차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제육볶음이라니, 이보다 낭만적일 수 있을까!
그는 주량이 소주 두 병이라 했다. 그리고 두 병을 마셨다. 뭔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많이 웃었다는 것과, 포차 뒤에 붙어있는 천장이 뚫린 화장실에서 가장자리가 금이 간 얼룩진 거울에 나를 비춰보며 ‘아 취하면 안 돼’하며 뺨을 두드렸던 느낌과, 가게를 나서며 사장님께 그가 ‘이모님 또 올게요!’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헤어지고 그에게 문자가 왔다. 잘 들어가시라고, 즐거웠다고.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또 만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