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설픈일상 Feb 26. 2022

우리의 시작

약속을 지킨 아내

  2015년 함께 근무하던 후배가 전역을 하며 '결혼하시면 꼭 연락주십시요 냉장고라도 사드리겠습니다' 라고 약속을 하고 떠났다. 5년이 지난 20년 10월 9일 아내는 약속을 지켰다. 직접 내가 사용할 냉장고를 혼수로 들고 온것이다. 인사치례로 건냈던 약속을 정말로 지켜준 것인가 하며 미소가 번진다.


  나의 아내는 학군출신 최초 여군장교이다. 지금은 비록 퇴역 후 은행원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군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해줄 수 있는 여자이다.


  우리는 최전방에서 만나게 되었고 함께 근무한 기간이 길진 않았지만 이후에도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초년생인 아내의 도움 요청에도 자주 응해주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연락과 관계유지속에 어느새 우리는 연인사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연애기간속 프로포즈를 하게 되었다. 함께 근무하며아내가 어떤 여자인지 잘 알았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보증해준 여자였기에 긴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의 프로포즈는 준비가 더 필요한 아내로부터 1년의 유예기간을 선고받았고 1년의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이후 양가 부모님들과의 상견례를 통해 절차대로 결혼을 준비하려던 찰나에 아내의 할아버지와 나의 할머니가 3일간격을 두고 작고하시게 되었다. 양가 상견례는 두번이나 미뤄지게 되었고 이후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상견례는 언제 가능할지 모르게 되었고, 악화되는 상황속 나는 부대에서 전장병 출타 통제라는 지침으로 출타가 제한되게 되었다. 결국 상견례는 접어둔채 결혼식 날짜만 선정 후 아내 혼자 결혼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결혼식장부터 웨딩촬영 준비 등 행복한 꿈을 꾸며 함께 준비해야할 일들을 아내 혼자서 감당해야했고 설상가상으로 잦아들 것 같지 않은 코로나 상황은 결혼식을 미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했다.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것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결혼식을 강행하기로 결정하였는데 결혼식을 앞두고는 2차 대유행이 발생하며 주변에 결혼소식을 알리는 것조차 죄송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결혼이 임박해 소식은 알려야했기에 급하게 청첩장을 전달하고 정부의 50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해 일가친척들만 모시고 결혼식을 치루게 되었다. 코로나는 인생에 단 한번뿐인 결혼식에 온통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모습들만 가득한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었고, 서로의 일가친척들과 지인들에게는 제대로 소개조차 하지 못해 나와 내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과 기대감을 안겨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우리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어주었다.


  결혼 이후에도 코로나는 우리의 원활한 신혼생활을 어렵게 만들었고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당시 여러 상황으로 많이 지치고 외롭고 힘들었을텐데도 단 한번도 내색하지 않고 이해해주었던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들게 해준다.


  군에서 인연을 맺어 전우애가 앞섰던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함께 했기에 지금의 단단한 가정을 이룰수 있었고 장시간 통제된 생활속에서도 아무 염려없이 나의 임무와 사명에 최선을 다 할수 있게 해주었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나는 한 순간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지금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고 이것이 아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평생을 함께 살아가면서 다시는 외롭게,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나의 다짐이다.


  많은 희생과 헌신 그리고 약속을 몸소 실천해준 아내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결혼생활이 앞으로도 항상 행복할 수 있도록 나또한 모든 실천으로 약속을 지키는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