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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ala J Sep 20. 2023

파벨만스 The Fabelmans : 거장이 된 오리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The Fabelmans : ’ 파벨만‘씨 가족 또는 부부
Fabel (Fable 우화, 전설) + Man (~직업인 사람)
= Fabelman (Fableman 이야기꾼, 동화쟁이)
기억해, 지평선은 중앙에 있으면 재미 없어 - 영화 파벨만스 엔딩 장면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프로그램을 챙겨 보거나 예고편을 유심히 보지 않는다.

유튜브나 인스타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떠들썩하게 홍보하지 않은 이상 보통은 한창 시기가 지난, 묵힌 영화를 보면서 지나간 생각과 평론을 역주행하는 편이다. 더불어, 영화 본연 그 자체를 즐기는 타입이라 기본적인 정보 외 가급적이면 거의 백지상태로 보는 편이기도 하다.


모 사이트의 최신 영화 리스트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영화 역시 그러하였다. 심지어 포스터조차 보지 않고 선택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엔딩 장면에서 감독의 위트가 귀엽게 느껴져서 피식 웃고 있던 와중에 Closing Credits - ‘Directed by Steven Spielberg’ 글자를 읽는 순간 눈이 번쩍! 놀라서 맙소사! 소리쳤다는 후문.

이런 것이 멍 때리며 영화 보는 묘미가 아닐는지 싶다.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 나가는 방식이 이제껏 보았던 그의 영화 주제와 모티브, 스토리 전개나 화면 구성 모두 생경한 느낌이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감독의 자전적 내용인 만큼 자신이 자라온 환경, 가족 구성원들과 집안 분위기는 어떠했으며 어쩌다가 영화감독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주인공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복선이 있었던가 - 머릿속에 물음표들 한가득 담은 채 이리저리 인물과 플롯 분석 따위 필요 없이 잔잔하게 담소 나누는 느낌이라 좋았다.



[각인효과 Imprinting]

각인 刻印
발달기의 특정 시기 또는 연령 동안 특정 자극이나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학습이 일어나는 것.

갓 태어난 새끼오리들이 태어나는 순간에 가장 처음 본 대상인 사람을 보고 어미로 착각하여 졸졸 따라다니는 생후 초기 본능적인 행동을 각인효과라고 한다.


엄마에 대한 각인을 가장 비극적으로 보여준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A.I.〉일 것입니다. 데이비드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으로 인간 아이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 가정에 입양된 데이비드의 사용설명서에는 각인절차(imprinting protocol)에 대한 설명과 주의사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각인절차를 활성화시키면 로봇은 활성화시킨 사람과 영원한 애착에 빠지게 되니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내용이지요. 데이비드는 각인절차가 활성화되어 입양한 엄마와 애착을 형성하나, 행복했던 시절은 잠시일 뿐 이내 버려집니다. 그러곤 그로부터 2,000년 동안 데이비드는 빙하 속에 갇힌 상태로 이제나 저제나 엄마를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립니다.
<출처 :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 법칙>

난생처음 극장 스크린을 마주한 순간부터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 Gabriel LaBelle 배우) 역시 사람을 어미로 착각한 새끼오리처럼 ‘영화에 각인‘되어 버렸다.


영화가 뭐예요

새미 아버지 버트(폴 다노 Paul Dano 배우)는 공학 엔지니어답게 활동사진(Motion Picture)이 무엇이고 어떠한 원리와 구성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기술 관점에서 설명하는 반면, 피아니스트인 새미 어머니 미치(미셀 윌리엄스 Michelle Williams 배우)는 ‘영화는 절대 잊지 못하는 꿈이다’를 속삭이며 새미의 흥미와 관심을 한층 고조시키고 응원한다.


영화에서는 부모의 상반된 성향을 직업과 연관 지어 표면적으로 보여주었지만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T(사실 중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와 F(감정상황 중시, 감성적이고 대인관계 중요) 차이가 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다. F성향을 가진 공학도들이 얼마나 많은데.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영화 제작, 촬영과 편집을 단순히 취미로 치부하는 아버지에게 실망하고 영상 편집하다가 발견한 엄마의 외도로 충격에 빠져 영화 만들기를 중단하였지만 결국 그것 없이는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인 새미,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과 네임밸류 있는 회사로 이직하며 개발 커리어 쌓는 아버지, 그에 따른 잦은 이사로 학창 시절 따돌림, 엄마의 우울증과 외도, 부모의 이혼 등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가족사를 오픈하였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왜 그랬는지 원인을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지만 영화 속 대사 한마디로 귀결해 준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When the horizon is at the top, it's interesting. When it's on the bottom, it's interesting. When it's in the middle, it's boring as shit! Got it?


To be a picture maker;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존 포드 감독은 새미에게 각기 다른 위치에 배치된 지평선이 그려진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아주 뻔한 예술은 하지 말라고 조언을 건넨다. 그 말을 들은 새미는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신나게 집으로 향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동원 배우가 설명한 시나리오 고르는 기준이 화제가 되었다. 감독과 배우, 그들 사이의 작품을 대하는 시각 간극을 엿볼 수 있었달까.

여기서 말하는 감독은 영화에서 시가(Cigar)를 태우던 존 포드를 지칭한다.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 강동원 배우

순수 예술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범위도 주관적이라 쉽게 판단 못하지만 일단, 예술과 상업은 필수불가결이라 생각한다. 작품을 만드는 데 투자한 시간과 공들인 노력의 대가를 인정하고 지불하는 행위가 결국 관객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작품들을 보면 마치 원자재를 아끼지 않고 수작업 소량 생산과 한정판으로 값비싸게 판매하는 명품 장인 같아 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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