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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ala J Aug 18. 2023

바빌론 Babylon : 난해와 허세 사이

It’s the most magical place in the world

바빌론 Babylon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 매혹적인 이야기
<네이버 영화 기본정보 발췌>
바빌론 스틸컷 -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Margot Robbie 배우)

인스타 순기능 중 하나가 랜덤 알고리즘에 의해 최신 또는 인기, 유행하는 요즘 세상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취향에 따라 관심 없는 내용을 억지로 봐야 하니 역기능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돋보기 메뉴에 우연히 뜬 바빌론 스틸컷 사진 몇 장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 어떤 여배우 인스타 피드를 보고

(도대체 어떠하길래?) 궁금하였다.


이 영화는 1920년대 무성 영화 전성기에서 1930년대 유성 영화로 발전하는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영화 기술 발달로 겪는 혼란과 적응기를 서사적으로 보여준다.

어찌 보면 즉흥적으로 찍은 영상에 끼워 맞추기식 스크립트로 사람들을 현혹시켰던 무성 영화 제작 방법은 지금에서 보면 원시림 같다. 사운드 도입은 감독과 작가가 만든 플롯 바탕으로 배우가 나름의 잣대로 분석하여 가공한 인물에 정제된 표현을 하는, 흔히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그런 연기’를 할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러닝타임 189분, 3시간 9분의 의미]

영화 초반에 구미를 한껏 당기게 하는 화려한 미장센과 반복적인 리듬 베이스에 아주 빠른 템포 음악으로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는데, 정말이지 혼이 나갈 정도로 정신없는 화면들로 거의 30분 이상 보여준다. 더불어, 마약과 향락에 취해 서로 뒤엉키고 난장판인 군집 파티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에 대해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고삐가 풀린 채 혼란스럽고 난잡한 모습들도 할리우드 역사의 일부분이기에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Love letter to Cinema and
Hate letter to Hollywood
데이미언 셔젤 인터뷰 -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시나리오 중심이 아니라 화면에서 보이는 배우 특유의 기교와 절묘한 스크립트 콜라보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녹음 기술 발달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면서 혼돈과 시행착오를 겪는 다섯 명의 주인공들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승전결 플롯에 익숙한 사람들은 한정적인 주인공들 관계, 병렬적 스토리 구성으로 인물과 이야기 개연성을 찾기 어려운 데다가 3시간 넘게 쉼 없이 달리는 이 영화가 상당히 낯설고 흐름 좇느라 불편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였다. Hit pause!


그 시대의 영화판을 있는 그대로, 날것의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모습들이 감독이 만든 허구가 아니라, 철저하게 분석하고 현실 고증한 다큐멘터리라고 가정해 보면 긴 러닝 타임, 일반적이지 않은 스토리 라인, 현실감 있는 현장 묘사, 필터링 없는 행동과 화법, 단순한 인물 관계 -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난해와 허세 사이]

“바빌론은 영화를 사랑하거나 종사자들은 극찬할 영화이지만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워 혹평받을 영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어떤 이가 쓴 감상평을 보고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편 가르기식 논리로 보는 이들의 수준을 임의로 반토막내고 이 영화에 대해 이상한 편견을 심어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스로는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역으로 보여주고 싶은 걸까? 난해하게 느껴지면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그냥, 있어 보이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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