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에서 이상한 단어로 주문할 뻔했다.

-요즘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

by 코알라

월요일 아침, 부지런 떨며 만들어 먹은 떡볶이가 탈이 났는지 속이 꽉 막히고 식은땀에 오한까지 났다.

목감기로 목 상태가 안 좋았는데, 안 좋은 속을 견디지 못하고 토까지 해버려 목감기도 더 심해졌던 한 주였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즐기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 눈에 아른거렸다.

탈 난 속에도 안 좋고, 염증과 상처 가득한 목에도 안 좋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어 하다니, 나도 참 어지간히 말 안 듣는 환자임이 분명하다.


굳이 커피가 아니더라도 매일 흰 죽만 먹어 밍밍한 내 입에 자극적인 맛있는 맛이 필요했다.

오한과 미열이 사라진 목요일, 책 한 권 챙겨 들고 요양하느라 이번 주엔 가보지 못했던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타벅스에선 늘 커피만 마셨어서, 카페인이 없는 인기 메뉴가 무엇인지 검색해 보려고 네이버 검색창을 켰는데, 갑자기 검색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뭐더라...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한 단어로 뭐라고 하더라...'


뻔질나게 사용하던 단어임이 분명한데, 기억을 짜내고 지식을 총동원해도 쉽디 쉬운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주문하는 친구에게 이 단어를 사용해 그럴 거면 뭐 하러 커피를 마시냐며 놀린 적도 있다.

임신한 올케와 함께 방문한 스타벅스에서 이 단어를 사용해 내가 대신 주문해 준 적도 있다.

평소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즐겨 마시지만 카페인에 약해 밤잠 설칠까 두려워하는 엄마에게 내가 이 단어를 알려준 적도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아 생각나는 대로 검색창에 입력하니, 개떡같이 말해도 철썩같이 알아들은 네이버가 연관 검색어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아주었다.



무카페인이 아님은 분명히 알지만.





고백하자면 '디카페인'이 단어뿐만이 아니다.

요즘 단어들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 왜 있잖아... 그거... 봄에 피고 노란색에... 제일 먼저 피는... 그 왜... 꽃 있잖아..."

"너 개나리 말하는 거야?"

"어!! 그래 개나리!"


말을 하다가 헤매는 역할은 늘 엄마의 것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헤매고 있다.

엄마가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해 '그거, 저거'로 말을 얼버무릴 때마다 엄마에게 책을 안 읽어서 단어를 까먹은 거라며 글자 읽는 게 피곤하면 비교적 글자 수가 적은 만화책이라도 보는 게 어떠냐며 엄마의 심기를 건드리곤 했다.


그렇지만 보라! 우리 집에서 책순이로 소문난 나도 결국엔 이렇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안 읽고 와는 상관없이 나이 들면 저절로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며 '너도 나이 들어봐. 이것아!'라고 받아치던 엄마의 말이 공감 가기 시작했다.


마흔밖에(?) 안된 사람이 벌써 공감 가면 어떡하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실수들인 듯하다.

사실 대화 중에 쉬운 단어나 사람 이름을 버벅대며 잘 기억 못 하는 사람들을 답답해했다.

이리도 쉽고 간단한 단어들을 왜 기억을 못 하지? 라며 마음속으로 무시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 이름도 잘 기억하고, 한번 가 본 길도 잘 기억하고, 기발하다 싶을 정도로 어휘력도 나쁘지 않아 말을 할 때 버벅댔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겐 '말하는 것'이 세상 쉽고 재밌는 일이었다.


요즘 들어 버벅대는 나 자신을 만날 때마다 나의 콧대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이런 경험을 자주 맛보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반성이 된다.




아무리 검색해도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결정했다. 얼음의 양을 좀 줄인다면, 나의 목에도 부담이 덜 할 것이라 믿으며.

미리 검색해 보길 잘했다. 괜히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하다 버벅대며 말문이 막힌 나를 마주했다면 나 자신이 싫었을 것 같다.


그나저나 단어를 자꾸 잃어버리는 나에게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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