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선생님도 스승이거든!

- 선생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by 코알라

기구 필라테스를 작년 9월부터 시작했는데 확실히 몸에 좋은 변화가 생겼다.


첫째, 척추 측만증이 있어 특히 잘 때와 앉아있을 때 허리 통증으로 자주 뒤척였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져 일상에서 허리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내가 기구 필라테스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이다.

둘째, 곰 한 마리가 내 양 어깨에 내려앉은 듯 묵직하고, 누군가가 땅으로 어깨를 끌어당기는 듯한 통증이 있었는데 이 증상도 많이 좋아졌다.

셋째, 1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감기 걸린 횟수가 줄어들었다. 선생님도 초반에는 감기 걸려서 자주 수업에 빠졌었는데, 올해엔 감기 걸렸다는 이유로 수업을 빠진 적이 없다며 칭찬해 주셨다.

넷째, 운동을 끝내고 나오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하고 가뿐했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 역시 운동만 한 게 없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다섯째, 운동 8개월 차에 측정한 인바디 검사에서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은 몸무게에 결과서를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분명 몸매 라인은 예뻐졌음을 느낀다. 늘 나의 살에는 냉정한 엄마가 "너 살 빠졌냐?"라고 묻는 거 보면 확실하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운동이긴 하지만 운동을 가야 하는 날이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가기 싫어지긴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힘들고 아프다.

지난번엔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날려버렸는데 선생님이 괘씸하다며 운동 강도를 더 높이셨던 적도 있다.


그러면 안 가면 되지 않냐며 굳이 내 돈 주고 왜 그런 고통을 느끼냐며 운동가지 말고 같이 살찌자며 남자친구가 열심히 나를 꼬셔대지만 그럴 수 없다.

이건 단순히 다이어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둔해지고 쉽게 피곤해지고, 가벼운 충격에도 고장 나 버리는 몸뚱이의 건강을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여러 운동을 시도해 보다 기구 필라테스에 정착하게 되었고, 백수지만 운동엔 돈 아끼지 말자며 시작해 지금까지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나의 건강을 염려해 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에 점점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얼마 전 스승의 날이었다.

조금이나마 선생님께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50분 내내 동작 설명 하느라 쉬지 않고 말을 하시는 선생님께 입술 보습제와 핸드크림이 유용하게 쓰일 듯 해 주문했다.

사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었지만 포장이 너무 고급스러워 왠지 있어 보였다.


"또 뭐 샀어?"

"스승의 날이라 필라테스 선생님께 드릴 핸드크림이랑 입술 보습제 하나 샀어."

종이 가방 들고 쫄래쫄래 약속 장소로 오고 있는 내게 J가 물었다.


"학원 선생님한테도 스승의 날 선물을 줘야 해?"

"주고 싶으면 주는 거지. 학원이고 학교고 차이 있어?"

"아니 굳이... 내 돈 내고 배우는 건데... 학원 선생님까지 챙겨야 하나 싶어서..."

고급스러운 포장 박스를 보곤 '또 얼마나 비싼 걸 산거냐'라는 속마음을 다 숨기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내가 배운 게 많아 감사하면 다 스승님 인거지. 내가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거야."

"그래 뭐 네가 네 돈 쓰겠다는데 할 말은 없다만..."

더 이상 얘기해 봤자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는지 웬일로 J가 먼저 수그러들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이었다.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신호 대기를 하던 중에 J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저거 너 아냐?"

"뭐가?"

"저거 플래카드. 글로벌 호구 너잖아 너. 푸하하하하"



엄마가 그랬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이 인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의 마음을 모를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열정을 다해 설명해 봤자 내 입만 아플 뿐이다.
동요되지 말자. 릴랙스 후 하 후 하.


"글로벌 호구 만나는 너는 뭐 유니버스 호구냐!!"


FFH.png 다른 어떤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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