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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 Jun 29. 2023

면접 본 회사의 채용공고가 5개월째 올라와 있다.

-정말 직원을 뽑기는 할 건가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은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딱히 차려입고 갈 곳도 없지만, 집 앞 마트를 더라도 날씨에 맞게 'OOTD'를 갖춰 입고 나가고 싶은 자칭 '패피'의 섬세함이랄까?


 날씨 확인 후, 다음으로 하는 아침 루틴은 바로 '사람인 앱'에 들어가 구인광고를 확인하는 것이다.

 매일 시도 때도 없이 들어가며 하도 봤더니, 사람인에서 구인광고 중인 회사 이름들이 낯설기보다는 낯익다.


올해 3월, 인사관리팀 경력직 직원 채용 중이던 A회사에서 경력직으로 첫 면접을 본 뒤 브런치에 후기를 쓴 적이 있다.

 A회사는 직원 30명 정도 되는 화장품 관련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때는 '1년씩이나 되는 공백'이 있는 마흔의 경력직을 누가 선호하겠냐라며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였어서,  연봉을 낮춰서라도 뽑아만 주면 무조건 가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결론은 불합격이었지만.


 재취직을 위해 사람인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던 2월 중순부터 인사관리팀 경력직 구인광고를 게재했던 이 A회사는 아직까지 채용 요건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연장의 연장을 거듭하며 계속 사람인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다.


 내가 이 구인광고를 본 게 2월이지, 어쩌면 최초의 구인광고는 그 이전일 수도 있겠다.

 

 



 물론, 매일 사람인 사이트에 들어가다 보면 '아직도 구인 중이네?', '어? 구인 광고가 다시 올라왔네?'라며  몇 개월째 광고 중인 회사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구인 중이네?'라고 생각되는 회사는 길어봤자 2~3개월이면 구인 광고가 내려갔고, '어? 구인 공고가 다시 올라왔네?'라고 생각되는 회사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첫 번째는 직원을 채용했다가 개인 사정으로든 회사의 판단으로든 단시간에 다시 그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경우, 두 번째는 처음엔 팀장급/차장급/부장급으로 구인 광고를 다가 사원/대리급으로 직급을 낮춰 재구인하는 것을 보니, 인건비 부담으로 직급을 경해 광고를 다시 올린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 경우는 내가 직접 경험했던 사례로, 처음엔 인사팀 팀장급을 채용한다기에 서류 합격 후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대표이사가 팀장급으로 채용 중이긴 하지만 과장/팀원급으로 입사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을 했었다.


  '연봉만 어느 정도 맞으면, 인재관리로 골치만 아프 책임감만 막중한 팀장급보다는 누군가의 밑에서 팀원으로 일하는 게 훨씬 낫죠.'라는 속마음은 숨기고, "직급은 전혀 상관없습니다."라며 짤막하게 대답했었다.


 결국 이 회사도 불합격이었지만, 이후 새로 올라온 구인 광고엔 '사원/대리급'으로 직급이 낮춰져 있었다.


A회사의 구인 광고를 캡처해서 J에게 보냈다.

"여기 아직도 직원 안 구했나 봐. 이것 봐, 아직도 광고가 올라와 있어."


"거긴 사람 뽑긴 뽑는 거 맞아?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을 뽑길래."


 처음엔 회사의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아직 찾지 못했나 보다 싶었지만, 면접관이었던 사장님의 몇 가지 행동들을 떠올려보니 정말 이 회사가 직원을 뽑을 마음이 있긴 있는 건가 의구심이 생겼다.





 첫째, 면접관인 사장님이 예정된 면접시간보다 20분이나 늦었다. 

 5분 정도야 그럴 수 있지 싶었다. 밖에 비가 오고 있으니 차가 막혀 10분 정도도 늦을 수 있겠다 싶었다.

 20분이 지날 동안 어느 누구도 대기하고 있는 회의실로 찾아와 '사장님이 늦는 이유'에 대해서 알려주지도,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장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휘감은 채 느긋한 발걸음으로 회의실로 들어왔다.


둘째, 사장님이 다른 면접관인 실장님의 말을 끊었다.

 "자기소개 한 번 해 보시겠..."

 "이전에 다니던 회사 여기 뭐 만들던 회사예요?"

 면접관은 사장님과 실장님 이렇게 두 명이었는데, 준비한 자기소개가 있다면 해 보라는 실장님의 질문이 사장님의 말 한마디에 묵살당했다. 

 결국 달달 외워간 자기소개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셋째, 함께 일하는 직원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하다면서 처음 본 나에게 뒷담화했다.

 "우리 회사가 지금 한... 27명? 정도 되는데, 다~ 성격이 제각각이에요. 감당 가능하겠어요?"


 "적응하는 데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사람들과 사이가 나빴던 적은 없어서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여기 전부 다 자기만 정상인이라 생각하거든.나머지는 다 비정상인이고."


 "네?"


 "지구상에 성격이 27가지가 있다면, 여기 그 27가지의 성격이 다 있다고. 여기 실장님도 자기만 정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걸? 맞지?"


 "당연하죠, 이 회사에 정상인은 저 하나뿐이에요."

 

 그렇게 '이 회사에 정상인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주제가 한동안 계속되었고, 면접을 보러 온 건지 하소연을 들으러 온 건지 헷갈렸다.


셋째, 사장님이 직원들의 4대 보험 가입을 대놓고 아까워했다.


 "우리 회사 복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왜 복지에 대한 질문은 안 하지?"


 "아, 긴장을 해서 질문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복지가 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점심 식사가 제공돼요. 놀랐죠? 이전 회사에서도 점심 식사 제공 했나요?"


 "아, 네. 자체적으로 회사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서 점심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긴 했었습니다."


 "4대 보험 가입도 해줘요."


 "아... 네..."


"뭐지? 이 심드렁함은? 당연하다는 건가?"


"알려주신 근무 조건이나 근무 시간, 연봉금액이 4대 보험 가입 기준에 해당되어서 당연히 가입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안 줄 수도 있지, 당연하게 어딨어."


넷째, 사소한 약속을 무시했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다음 주 월요일에 최종 통보관련해서 합격여부 상관없이 전화 한 번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직원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생각해요. 입사하게 되시면, 이 소중한 직원들이 퇴사하는 일이 없도록 인사팀에서 잘 관리하고 애로사항을 개선하는 데에 노력해 주세요."


"네, 입사하게 된다면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신 부분 잘 반영해서 빠른 시일 내에 업무에 적응해 보겠습니다."


 월요일에 전화 주기로 한, 직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던 사장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월요일엔  바빠서 전화를 못 한 것이라 이해하며,  화요일도 온종일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연락이 없자 어떤 긴급한 일이 회사에 생긴 건 아닐까라며 수요일도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럴 거면 연락 주겠다는 말을 하지라도 말던가.

 불합격 소식을 통화로 알리는 게 부담되면 문자라도 주던가.


생각해 보니, 사장님은 면접 보는 내내 참 무례했다.

지금이야 근로계약서에 '갑', '을'로 표현하기보다 '사용자', '근로자'로 표현하는 회사가 많아졌지만, 그는 나에게 갑처럼 행동했다. '아쉬울 것 하나 없는 갑, 넌 아쉬운 게 많은 을'이라는 듯.


런 회사를 나는 합격만 하면 '아이고, 감사합니다.'라며 연봉을 낮춰서라도 가려고 했다니.

 한참 지난 후에야 불합격했다는 아쉬움보다 불합격하길 잘했다라며 안도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면접자에 대한 무례함은 이전 회사 사장님이 더 한 듯하다.

 사장님들은 원래 다 이런건가?


연구소 신입 사원을 긴급으로 채용 중이었던 적이 있었다.


 1차 면접은 연구소장님과 인사팀장님만 참석해 진행했고, 면접자 4명 중 1명만 다음 날 오후 5시에 사장님과최종 면접을 보기로 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여학생이었는데, 접견실에서 대기하는 내내 어찌나 떨던지 수건으로 러 차례 손을 닦아내고 있었다.


 면접 시간 5분 전 회사에 도착한 사장님은 본사 실적회의 관련 영업팀과의 긴급회의가 생겨서 30분만 면접 시간을 늦춰달라 했다.


"저기 죄송한데, 사장님께서 급하게 회의에 들어가셔요... 30분만 더 기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네!!"


"죄송해요. 물이나 음료 드시겠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약속한 30분이 지나도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인사 담당자인 나는 초조했고, 지원자는 긴장 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정 과장, 면접 시간 30분만 더 미룹시다."

1시간이나 지나서 헐레벌떡 내 자리로 온 사장님은 다시 30분을... 그러니까 면접 시간을 총 1시간 30분이나 미뤘다.


6시, 퇴근하고 있는 직원들 사이 여전히 긴장한 채 우두커니 앉아있는 지원자가 너무 안쓰럽고, 너무 미안했다.


"죄송해요. 회의가 길어져서 조금 더 기다려주셔야 할 거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네! 기다리겠습니다."


"진짜 죄송해요. 배고프시죠? 칙촉이랑 초코하임이랑 과자 몇 개 가지고 왔는데,  드세요. 긴장될 땐 단 게 최고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손님용 다과로 구비해 둔 과자들을 한 아름 들고 가서 지원자에게 건넸고, 지원자는 그제야 찰나의 웃음을 보여주며 잠시나마 긴장을 놓았다.


1시간 30분이나 기다린 면접은 고작 20분 만에 끝났고, 사장님은 배고프다며 그 지원자와 연구소장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면접을 보기 위해 창원에서 왔다던 지원자를 데리고 밤 10시까지 술과 식사를 했다 한다.

 교통편이 모두 운행 종료되어, 사장님이 택시 타고 가라고 15만 원을 현금으로 주었다고 한다.


  줬다고 아무렇지 않을 일이 아닌데, 사장님은 대단한 인심썼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돈이 다 인가?

 타 지역으로 면접 간 딸내미가 늦은 밤까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을 부모의 마음은 생각지도 않은,

 무엇보다 면접으로 오후 내내 긴장했을 지원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사장님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미칠 것만 같았다.

 

쓰다 보니, A회사 사장님은 양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면접을 앞둔,

 누군가는 자기소개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달 외우며 열심히 면접을 준비할 것이다.


 누군가의 부모님은 단정하게 차려입고 면접장으로 향하는 자식의 긴장과 떨림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며 '잘 다녀와, 떨지 말고.'라고 말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렇게 면접에 최선을 다하고 후련한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오며, '월급 받으면 뭐 하지?'라는 설레발설렘으로 그 누군가는 괜한 웃음이 나오기도 할 것이다.

 

 정성껏 준비한 면접을 헛되게 만들지 않기를.
더 이상 A회사의 구인광고가 사람인에 보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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