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나무 숲이 되어주오.

-귀만 열어 줘, 굳이 공감까진 바라지 않기로 했어.

by 코알라

나의 MBTI는 INFP

J의 MBTI는 INTP

어쩔 땐 쿵짝이 잘 맞지만, 어쩔 땐 정말 죽어라 맞지 않는 우리다.


속상하고 서운하고 울적하고 우울한 날이면,

다른 누구보다 J에게 위로받고 싶다.

다른 누구보다 J에게 공감받고 싶다.


잔뜩 기대하고 만난 날, 역시 J는 T답다.

공감하지 못한 눈빛으로 허공을 보거나,

분위기 파악 못하고 더 심하게 놀려대며 화를 북돋운다.


"위로받고 싶어서 얘기한 건데 말을 왜 그렇게 해?"

"나 위로 같은 거 못한다고 얘기했잖아, 알았어. 미안해"

매번 나는 위로받지 못해 기분이 더 상하고, 매번 J는 습관적으로 사과한다.


J는 T답다.

빈말을 하지 못한다.

사실에 근거해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나는 극 F답다.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어차피 J에게 얘기해 봤자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단 걸 알면서도

희한하게 다른 누구보다 J 씨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다 얘기하고 싶다.

누울 자리를 보고 뻗어야 하는데, 돌아올 결말을 뻔히 알면서 난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저번에 사려던 옷 품절이라 못 샀다며? 입고 됐네. 링크 보내줄게 들어가 봐."

한 달 전 사고 싶은 옷이 품절이라 사지 못했다고 투덜댄 적이 있다.

쇼핑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기억하고 있었단 사실에 감동받았다.


"어디부터 갈까? 커피 사러 갈까?"

커피를 왜 그 비싼 돈 주고 사 먹냐며 이해 못 하는 J 씨지만,

커피에 환장하는 나를 위해 커피부터 챙긴다.


이 맛 아닐까?

내가 원하는 수준의 위로나 공감은 하지 못하는 J이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도 나를 위해 가장 먼저 챙기는 J의 마음씨.


얼굴에 개기름 잔뜩 킨 채 퇴근한 J 씨를 붙잡고,

오늘도 앵무새처럼 미주알고주알 나의 하루를 보고한다.

피곤에 쩔어 눈이 반쯤 감긴 J지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주,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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