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얼음, 충분한 행복.

-스타벅스에서 시작한 나의 아침 행복

by 코알라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아침'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날 아침의 기분이 나의 하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정해진 일정'이라는 것이 사라지면서 자칫 무기력해지기 쉬워졌다. 찰나의 순간에 찾아온 무기력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나의 하루를 잡아먹기 일쑤였기에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대책은 나 스스로 '정해진 일정'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 정해진 일정 중 하나는 직딩이었을 때 그토록 꿈꿨던 평일 오전 카페에서 책 읽기를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행하는 것이다.

아직 버려내지 못한 지난 습관 일지는 몰라도 갈 곳에 생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를 생기 있게 해 주었다.


우리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다섯 정거장을 가면 스타벅스가 있다. 지금보다 덜 더운 날에는 도보 40분 되는 이 거리를 운동 겸 걸어 다녔지만 지금은 섣불리 걸었다가는 익기 딱 좋은 한 여름이라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오전 9시~9시 30분 사이. 내가 스타벅스에 도착하길 바라는 시간대에 늦지 않고 오늘도 도착했다. Good~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한 잔이랑 초코 마카롱 하나 주시고요. 얼음 많이 넣어주세요."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 나는 무조건 얼음을 많이 넣어 달라고 요청한다.

내가 음료를 다 마시기 전까지 최대한 얼음이 녹지 않고 그대로인 것처럼 남아 있어야 음료의 맛이 배가 됨을 느끼는 나의 취향 때문이다.


처음과 마지막, 한결같이 잔에 남아있는 얼음을 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아 좋다.


"매장 내에서 드실 경우, 매장 컵에 음료를 제공해 드리고 있는데 컵의 사이즈가 정해져 있어서 원하시는 만큼 얼음을 더 드리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다른 컵에 얼음만 넣어서 추가로 드릴까요?"

얼음을 더 줄 수 없다는 말인가 싶어 '엥?' 했다가, 얼음만 담긴 컵 하나를 추가로 제공해 주겠다는 말에 '오!'

"네, 감사합니다."

사소하지만 친절한 배려에 오늘 아침은 더더욱 생기 넘치고 기분이 좋았다.


얼음 많아 행복한 아침(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서(우)


한 해 한 해 나이가 보태어질수록 대범해지지 않고 더 소심해진다.

잠정적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자존감 상실'로 인한 과도한 위축.

'내가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쉽게 상처받고 눈치를 보게 되며, 작은 일에도 필요치 않는 에너지까지 다 쏟아내 만신창이가 됨을 반복하게 된다.

잃은 것이 있다면 얻은 것도 있는 법, 이 와중에 얻게 된 좋은 점은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며 만족할 줄 아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이 겹겹이 쌓여 '오늘'이라는 하루를 완성하듯, 소소한 타인의 친절과 배려가 주는 찰나의 행복감이 겹겹이 쌓여 '행복한 오늘'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행복한 오늘'들이 '행복한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이 소소함을 놓치지 않고 발견해내는 내가 대견하다.

스타벅스 직원이 보낸 소소한 배려가 만들어 준 이 행복감을 오늘도 잘 유지하며.

'Have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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