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해 줄게.

-두려움을 없애는 단순하지만 용기 있는 방법.

by 코알라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조카와 집 앞 공원에 설치된 바닥분수에 놀러 갔다.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부터 동네 아이들의 핫플이 되어버린 이곳은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아이들이 더위를 피해 물 분수 안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평소 활동적인 성격의 그녀이기에 환장하고 분수 안으로 들어갈 거라 생각했지만 머뭇거리며 그저 신나게 놀고 있는 언니, 오빠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손에 모래 한 알갱이가 묻어도 지지라며 씻어달라던 조카 녀석이기에 젖는 것이 싫어 바닥분수에 흥미를 못 느끼는 건가 싶었는데,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고 한참을 바닥분수 근처를 맴돌기만 했다.


떠나지 않고 맴돌기만 하는 샤랄라 공주


'활동적인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처음 하는 것에는 겁을 내는 편이야.'

불현듯 남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먼저 분수 안으로 들어가 조카를 부르며 젖어도 상관없으니 들어와서 고모랑 놀자고 꼬셔보았다.

"이것 봐~너무 시원하다~ 이리 와 봐."


손을 꼼지락 거리며 잠시 고민하다 한 발짝씩 나에게 다가왔고, 물 한 줄기 맞는 순간 젖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처음 경험하는 자기 키보다 높이 솟아오르는 물줄기에 대한 무서움을 조금씩 떨쳐내는 듯했다.


이내 함박웃음과 함께 가장 기쁠 때 내지르는 돌고래 비명을 지르며 활기차게 바닥분수 안을 휘젓고 다녔다.

즐기는 조카 녀석을 보니 나도 덩달이 즐거워졌고 바닥분수 안에서 완벽히 젖은 유일한 어른이 되었다.


즐거운 조카와 더 즐거운 고모


홀딱 젖을 거라곤 생각지 못 한채 준비 없이 나왔었기에 집에 돌아가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조카의 행복한 이 순간을 끊고 싶지 않아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녀의 돌고래 비명 소리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잘할 수 있을 거야. 두려워하지 마.'

물론 응원과 격려의 한 마디가 매우 큰 힘이 되는 순간이 너무나 많다. 결정장애가 있는 나 또한 이런 한 마디들이 있었기에 용기 내어 결정하고 결심했던 순간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가끔은 말보다 행동.
마주 보며 용기를 주는 한 마디보다 더 강력한 힘은 나란히 서서 함께 그 일을 부딪혀 주는 것이 아닐까?

이 녀석의 두려움과 머뭇거림은 내가 '함께' 행동함으로써 사라졌다.

그걸 바라보는 나도 너무나 기쁜 순간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부딪혀 나가 줄 수 있는 때론 무모하고, 때론 당사자보다 더 용기 내어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속으로 바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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