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비가 오는 날이면 없던 부지런을 떨며 목적지가 있든 없든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진다.
오늘은 선물 받은 교보문고 상품권을 쓰기 위해 목적지를 '교보문고'로 정하고 우산을 챙겨 들어 밖으로 나왔다. 나는 세상에서 책을 고르는 시간이 제일 좋다.
버스정류장을 가기 위해 15분 걷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
교보문고로 가기 위해 내가 치러야 하는 번거로움 들이다.
평일 오전. 묵직한 책의 공기가 입구에서부터 느껴졌다.
교보문고에 도착하면 맨 먼저 향하는 곳은 '베스트셀러' 코너다. 그곳에서는 이미 많은 독자들이 '재미'를 입증한 책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골라도 실패가 없다.
1층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본 뒤 향하는 곳은 3층 '인문'코너이다. 예전에는 3층까지 올라와 책을 구경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우연히 '글쓰기' 관련 책을 찾기 위해 올라온 3층에는 유난히 내공이 느껴졌다.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끼고 유심히 책을 고르고 계신 중년의 신사, 휠체어를 타고 도서검색을 하며 책을 찾고 있던 곱디고운 할머니, 구석 모서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고 계신 중절모를 쓴 백발의 멋쟁이 할아버지... 모두가 소리 없이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 계셨다. 그 모습들이 왠지 멋져 보여 무리에 끼고 싶어 졌는지 그 뒤로 무조건 3층 '인문'코너를 오게 되었다.
교보문고 3층의 풍경
생각해보니 '교보문고'에는 나의 인생이 담겨 있다.
10대 때에는 절대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교보문고에 와서 즐거움과 유행을 좇아 1층 베스트셀러 코너와 만화 코너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었다. 각종 외국어 시험과 취업을 준비하던 20대에는 때론 혼자, 때론 친구와 이력서 자격사항에 한 줄이라도 더 담고자 2층 외국어, 취업/수험서 코너에서 가성비 좋은 문제집을 찾아대기도 했다. 자기 계발과 인문적 교양이 절실한 30대 지금의 나는 나의 안녕을 위해 3층 인문, 자기 계발 코너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하다 찾아낸 흥미를 느낀 대부분의 책들이 짠 것처럼 3층에 위치에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내 취향과 내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에게나 '안식처'는 있을 것이다.
나에게 '안식처'는 바로 이곳 '교보문고'이다.
엄마에게 혼났을 때, 친구와 싸웠을 때, 자격증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을 때,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나에게 슬픔과 외로움, 서글픔과 자격지심 각종 못난 감정들이 밀려들어오려 할 때 나는 교보문고에 온다.
휘리릭 넘겨대는 책들 속의 다정한 문장들은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을 다지게 해 준다.
오늘 데리고 가게 된 책들
오늘도 열심히 책을 골랐다.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가볍다. 내가 '교보문고'를 끊을 수 없는 이유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