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알라 Aug 31. 2022

엄마의 이심전심이 되려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

  "글은 잘 써져?"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엄마가 소파에서 잠과 사투를 벌이는 나에게 물었다.

  "매일 쓰고는 있는데, 잘하고 있는진 모르겠어... 어려워."

  "엄마 인생에 대해서 써보라니까. 책 한 권 바로 뚝딱이다야."

  "말 온 김에 정말 써볼까? 엄마 인생의 어떤 부분을 책으로 남기고 싶은 건데? 자세히 말해줘봐"

  "뭐긴 뭐야.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물었는데 오히려 어떻게 모를 수 있냐는 듯 엄마는 역정을 냈다.

 

 글이 쓰고 싶다는 내 말에 늘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은 '엄마의 인생'에 대해 써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번은 정말 엄마의 인생에 대해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진지하게 물어봤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입을 다물어버리거나 자리를 피해버렸다.


 "나는 너희들한테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했어!"

 자리를 피하는 와중에도 놓치지 않고 내뱉는 엄마의 앞뒤 다 잘린 이 한마디 나와 남동생이 엄마 인생의 가장 큰 자부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딸인 나는 엄마살아온 인생을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어서 굳이 묻지 않아도 글로 남길 수 있다고 정말 생각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견뎌내며 우리를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존경과 감사의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하는 엄마에겐 분명 듣고 싶은 어떤 말이 있는 듯한데 감이 오지 않는다.


 "딸이 어떻게 모를 수 있어. 엄마 일인데!"

 "엄마,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엄마를 어떻게 다 알아! 그럼 내가 신이게?"

 엄마에게 나는 딸보다는 '또 다른 나'인가 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본인이 아는 만큼 이미 알고 있는.

 

이심전심(以心傳心), 심심상인(心心相印)

엄마가 나에게 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를 나는 언제쯤 풀어낼까?


 앗, 싱크대에 설거지가 밀려있다.

 깔끔한 성격의 엄마는 그날의 설거지는 그날 다 해치우는데 오늘 아침엔 어제의 흔적들이 씻겨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오늘 엄마가 나에게 낸 숙제는 '설거지'인 듯하다.

 밥값 하는 캥거루가 되기 위해 야무지게 숙제를 해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아직은 돈을 벌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