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내 시간들에 대한 보고
글을 써야 하는데, 도저히 머리가 굴러가지 않은 날들이 요 며칠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장글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맞아.. 이땐 이런 감정이었지... 이걸 왜 저장만 해두고 발행은 하지 않았지? 내가 왜 그렀을까~'
이런 생각들이 계속 들어서, 지금의 내 상황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발행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하기 어려워 망설이고 불안했던 일을 끝내고 나니, '내일'을 기다리는 여유와 설렘이 생겼습니다.
다들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내세요.
다들 번개파워!
<2021년 어느 날 작성한 글입니다>
9월에서 10월 사이 개인사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도 엄청난 일이 있었다.
9월 초 노무 업무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퇴사를 팀장님께 전달하고 몇 주 뒤, 팀장님께서 갑작스레 퇴사를 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퇴사이나, 사실상 그동안 팀장님의 근무 태만과 몇 가지의 그릇된 행동들을 꾸역꾸역 겨우 참고 계시던 사장님께서 어떤 계기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터져 버렸고, 팀장님이 범했던 몇 가지 실수들은 법적 소송까지 갈 수 있었으나 사장님과 원만히 타협하였고 인수인계를 무리 없이 진행하여 준다는 약속과 함께 10월 말일자로 팀장님은 퇴사를 하였다.
근무 태만을 어떻게 했길래 퇴사 감이었는지 의아해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 팀장님은 8시 30분 정시 출근이나 근속기간인 13년 동안 정시 출근한 적은 10번이 채 안되며, 정시 퇴근도 17시 30분이나 정시에 퇴근한 적도 10번이 채 안되시는 분이다.
아! 야근을 했다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 다시 설명하자면 빠르면 15시, 늦어도 17시에는 그냥 쌩하고 퇴근하시는 분이셨으며 그룹 보고 자료나 결산 자료 등 사장님이 지시한 자료는 무조건 '쌩'.
그래서 늘 자료를 만드는 것은 팀원인 우리들의 몫이었고, 업무시간에 주무신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e-book을 읽는 등 8시간 근무시간 중 '근무'라는 행위를 1시간도 하지 않고 퇴근하신 적이 대부분이다. 혹시 사장님의 먼 친척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생길 정도로 사장님은 그렇게 행동하는 팀장님께 그 어떤 질책이나 제재도 하지 않았고 못 본 척 그대로 놔두셨다. 지금도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 부서는(우리 부서의 구성원은 IT/회계 담당 차장님 1분, 자금 담당 대리 1명, 인사/총무/노무 담당인 나) 10월 한 달 동안 갑자기 발생한 팀장의 부재 때문에 마음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간들을 보냈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각자의 위치에서 평소대로 일을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2018년 노무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고, 2020년 정리해고 업무를 맡게 되면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탓에 건강상태가 나빠져 이대로 있다간 내가 망가져 버릴 것 같아서 퇴사를 결심하였고, 내 예상 퇴직일은 11월 30일이었으나 갑자기 발생된 팀장의 퇴사로 모든 것이 뒤로 밀린 상태다. 다들,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팀장 갑질을 일삼던 사람이 사라졌으니 다시 으쌰 으쌰 해서 일을 해보면 안 되겠냐고 나를 다독이고 있지만 나의 몸은, 나의 정신은 지금 쉬지 않으면 곧 파사삭 사라져 버릴 듯이 지쳐있다. 지금도 살짝 추움을 느꼈을 뿐인데, 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녀왔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어떤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죽은 듯' 한 매일매일을 보내는 내 삶이 가여워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을 것 같다.
왜 걱정되는 것이 없겠는가...... 올해 10월에 구입한 삼성 갤럭시 Z플립의 할부도 아직 남았고, 연금보험이며 청약저축이며 나갈 돈이 천지인 것을......
그렇다고, 또다시 나를 이곳에 주저앉힐 수는 없다. 아무리 수백 번 생각을 해봐도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건강해지고 활력을 되찾는다면, 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지난 금요일 연차를 쓰고 4살짜리 조카를 하루 종일 케어했다. 우리 조카는 현재 '번개맨'에 푹 빠져있었고, 나에게 '번개 파워'를 장풍처럼 쏘면 죽는시늉을 해야 되는 행위를 2시간 내내 했었다.
'번개~파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번개 파워'를 나에게 쏠 때마다 난 죽어야 했지만, 사실은 힘이 났다. 나의 사랑스러운 조카가 나를 위로해 주고 힘을 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