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점장님을 따라 미용실을 옮기지 않은 이유.

-헤어스타일이 내 얼굴을 좌지우지함에도...

by 코알라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이 영 탐탁지 않아 헤어스타일로 시선을 옮겨본다. 힘없이 올라와 누워있는 뿌리 쪽 곱슬머리들이 내 얼굴을 죽이고 있었다.

미용실에 언제 갔었더라... 달력을 앞으로 넘겨보니 9개월이 조금 지났다. 이놈의 곱슬기는 '1년 1회 미용실 방문'이라는 나의 목표 달성을 늘 좌절시킨다.


종류 불문하고 한 번 뿌리내린 가게는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거나 김치 싸대기를 때린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바꾸지 않는다. 미용실도 6년째 가던 곳을 가고 있는데, 원래 담당해주시던 점장님이 다른 곳에 미용실을 개업하셨다고 연락이 왔지만 이상하게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내 얼굴형에 맞게 커트를 잘해주셨던 점장님인데, 왜 옮길 마음이 안 먹어지는 건지 나도 나를 몰라 한참을 생각했다.




예약일을 잡고자 원래 가던 미용실에 전화를 걸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고, 분명 퇴사한 담당 점장님의 보조 스텝으로 계시던 분임이 틀림없었다. 담당 점장님이 퇴사했는데, 원하는 헤어 담당자가 있냐는 질문에 전화받고 계신 선생님께 받고 싶다 했다.

예약시간에 맞춰 방문한 미용실엔 내가 모르는 새로운 스텝들로 가득했고 그중 한 분만이 나를 알아본듯한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해주었다. 전화의 주인공이다.


6년 전엔 담당 점장님의 보조 스텝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의 부점장님이 되어 계셨다.

보조 스텝부터 지금까지 꽤 오래 얼굴을 봐왔지만 '우리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바쁜 점장님을 대신해 내 헤어의 진행상황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늘 나긋한 목소리로 커피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그래 주심 감사하고요.라는 대답만 하던 사이였다.


"올해 초에 오셨었죠? 곱슬기가 좀 있으시니까 뿌리 쪽은 지난번처럼 볼륨매직으로 하실 거죠?"

여전히 나긋하지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나를 취향 저격했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스피드 보소. 난 이 느낌이 좋다.




내가 왜 담당 점장님을 따라 미용실을 옮기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올해 초 주말의 혼잡함이 싫어 일부러 연차를 쓰고 미용실에 왔었다. 한두 명의 커트 손님만 있는 한가한 오전이었고, 늘 하던 볼륨매직을 하고 있었다.

약을 바르고 타이머의 시간을 맞추고, 다시 시간을 들이다 머리를 감고, 커트를 하고 C컬로 고데기를 말았다. 3~4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의 길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내 헤어의 진행상황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나긋한 목소리로 커피 드릴까요?라고 질문해 준 분은 지금의 부점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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