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배도 웃게 만드는 새해 날씨.

-오리배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는 정신력.

by 코알라

오전 10시 겨우 잠에서 깼다. 밤을 새운 것처럼 정신이 아득하고 몸이 찌뿌둥했다.

꿈에 그간 왕래가 없었던 지인들이 대거 등장했고, 세상 밝은 표정으로 그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 새해 인사가 쑥스러워 머뭇거리다 만 것이 내심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꿈은 나의 무의식이 반영된 또 다른 세계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하지 못한 인사들을 꿈속에서 열심히 하느라 이리도 피곤한 것일까?

현실보다 인사성 바른 꿈속의 내 모습이 부러우면서 뿌듯했다.

그들의 꿈속에도 새해 인사하는 내가 출연했기를.. 말도 안 되게 빌어본다.


창문으로 내다본 바깥은 따뜻해 보였다. 가볍게 입으려다가 '추우니 단디 입고 산책가.'라는 J 씨의 조언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가장 두꺼운 점퍼를 걸치고 나갔다.

햇볕은 따뜻한데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요즘 햇볕에 속아 나갔다가 바람에 흠뻑 당하고 오는 날이 많았는데, 올해도 작년처럼 그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왕복 50분 정도 되는 유원지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라디오 앱을 켠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분홍색 장갑을 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운동기구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는 나도 괜히 부지런하다 느껴졌다.


강물의 햇볕 닿은 부분은 찰랑거리고 있지만, 닿지 못한 곳은 얼어붙어 멈춰있었다.

홀린 듯 강물을 바라보며 걷다, 멈춰 서 있는 오리배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얼어버린 강물 덕에 출렁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오리배들의 자태는 여유로워 보였고, 오늘 하루 얼어버린 덕에 강제 휴무가 된 것이 기쁘다는 듯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는 듯했다.

왜 1월 1일이 일요일이냐며, 대체 공휴일을 왜 지정해주지 않는 것이냐며 천하를 잃은 듯한 표정을 하던 J 씨가 생각났다.


본문.png 사진에 담긴 오리들의 표정은 눈으로 본 것처럼 웃고 있진 않다.




그런데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데 오히려 더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 때,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거나 가장 더운 날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더 산책하러 나가고 싶을 때,

함박눈이 쌓여 버스도 기어가는 도로 상황인데, 꼭 오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청개구리 심보처럼 그런 날이 있다.

그냥, 문득 오리배들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돌아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음이 빨리 녹지 않기를 바라주마, 오늘 하루 푹 쉬어.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아."


듣지도 못할 한낱 오리배들에게 괜한 새해 인사를 해보았다.


본문2.png 오리배 구경에 빠진 40 짤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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