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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Aug 05. 2022

의식의 흐름은 원래 에세이의 것

에세와 에세이와 최근황 알림

여름방학과 여름에 피는 꽃 백일홍과 겨울아가


급성 폐렴과 폐렴의 초대로 줄지어 찾아온 장염으로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연가를 물처럼 쓰다 정신을 차리니 여름방학식이 열렸고 1학기가 끝났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만연체의 문체와 같은 2022년 상반기였고 나는 아이 얼굴만 봐도 체온을 맞출 수 있는 능력과 각종 바이러스 이름과 여유로운 통장 잔고와 소아병동 입원실 바닥에 수그리고 기워낸 470매가량의 소설 원고를 얻었다.


아픈 아이를 떠매고 병원과 어린이집과 직장을 금정역 1-4호선 환승하듯 뛰어다닌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앞선 글에 다 나와 있다.


통장 잔고에 대한  상대적인 관점인데, 일반적인 30 후반의 안정적인 직장인의 기준으로는 10호봉 기간제 교사의 월급이란 배냇저고리와 같은 젖내 폴폴 풍기는 앙증맞은 액수겠지만, 1년에    받을  있는 창작지원금도 떨어졌다고 이불 뒤집어쓰고 울던 가난한 예술가에게 월급이란 과연 내가  정도까지 받아도 되는 가치 있는 인간인가 하는 존재론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자아로 환승하느라 고생했다 나자신


물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대체로 내 노동량만큼의 액수를 얼추 정산해 내기에 낮에 일하고 밤에 아이를 재운 뒤 소설을 쓰겠다는 야심은 진작 산산조각이 났다. 책상에 널브러진 조각들을 급히 모아 기워내어 뭘 쓰기는 썼는데 꼴을 보아하니 세상 밖으로 나오진 못할 것 같다.


소설도 이 지경인데 브런치는 처참하여 이런 식으로 이 계정을 운영하다간 별 한 개 리뷰가 줄줄이 달리면서 '맛은 평범한데 오픈 시간이 일정치가 않아서 혹시 사장님이 건물주신가 했네요? 진짜 건물주가 취미로 운영하는 곳이면 인심이라도 좋아야지 않나요?'같은 한 줄 평이 올라올 것만 같다.


  백지란 비옥한데 노는 땅과 같아 '노는 땅이 기름지고 비옥하면 수천 가지 쓸모없는 잡초들만 무성해지듯, 그래서  땅을  만하게 유지하려면 우리 용도에 따라 어떤 씨앗들에 알맞게 개간해서 파종해야 하듯.'(미셸  몽테뉴, 에세 1, 80) 최소한의 용도가 필요하고 그렇다면 지금  글의 형식인 '에세이' 장르 자체를 만들어 버리신 몽테뉴를 찬양하며 우리  같이 새로 번역된 [에세] 읽고 에세이의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데, 책은   권에 거의 2000페이지에 육박하고 이걸 여름방학 때  읽겠다고 호언장담한 과거의  머리를   때리고 오겠다.


여름방학 셀프과제


여름방학은 절반이 남았고 [에세]는 아직 1권 140페이지에 머물러 있고 우리는 다음 주 가족여행을 떠나고 나는 뭐라도 쓰긴 써야지, 이 땅에 뭘 기르긴 해야지, 고민하다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에세이고 에세이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샛길로 가지치고 지류로 갈라져 물 흐르듯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사라 베이크웰, 어떻게 살 것인가, 417쪽)이라는, 몽테뉴 관련 서적에서 분석한 최초의 에세이인 에세 특성이 그렇다 하기에, 나 역시 의식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순순히 떠내려온 결과 이렇게 글 한 편을 완성하게 되었으니 무엇이든 뭔가 막힌다 싶으면 근본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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