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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Jan 26. 2020

육아는 아이템빨

육아보다 쉬운 소설 쓰기 : 육아템

작년 생일 나는 나 자신에게 수제 가죽 노트 커버를 선물했다. 얇은 노트 네 권을 끼워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물성화한 것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고 소설가의 도구란 노트와 펜이 아니겠는가.

조리원에도 들고간 나의 노트

육아에서 도구란 엄마의 관절을 보호하고 힘을 덜어주며 시간을 절약하는 물건들을 말한다. 한마디로 육아의 ‘질’을 높이는 것들. 조리원에서 쉼 없이 구매했던 수많은 택배들, 육아 선배들이 조언하고 선물해 준 물건들, 우리 집 빈 공간에 빈틈없이 채워진 제3의 인간의 흔적.


육아에서 ‘우리 아이는 순한 것 같아요’라는 말이 금기어라고 한다. 하루하루, 아니 한 시간 간격으로 달라지는 급성장기의 돌 전 아기들은 무엇도 함부로 확신할 수 없고 확신해서도 안 된다.


유일하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육아는 아이템빨이다


생후 30일 신생아 졸업 기념, 수많은 아이템 중 우리 입에서 ‘이거 없으면 어떻게 키울까’ 소리가 절로 나왔던 3대 아이템을 꼽았다.


1. 역류방지쿠션



역류방지쿠션을 처음 개발하신 분은 앞으로 적게 일하고 많이 버셨으면 좋겠다. 마법의 쿠션 덕분에 제가 밥도 먹고 책도 읽고 이렇게 글도 씁니다.

이것은 그냥 쿠션이 아니다. 아이를 뒤에서 포근히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이다. 구름 위에서 잠을 자는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어른용 역류방지쿠션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 고생하는데... 엄마도 마법의 쿠션에 누워보고 싶다.

배부르게 먹은 아이는 이 위에서 잠도 자고 춤도 추고 똥도 싸고 할 거 다 한다. 가끔 멍한 얼굴로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는데 세상 권태로운 표정이다. 벌써부터 삶의 고단함을 명상 중이신지, 저 조고만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2. 쪽쪽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구강기 빠는 욕구를 달래주기 위한 아이템, 사실 이건 미리 살 생각을 못 하다가 선물 받은 물건 중에 있어 별생각 없이 써 보았다.


아직 장난감으로 놀 줄 모르는 아기에게 공갈은 유일한 취미활동이다. 역류방지쿠션에 누워 입만 움직이며 쪽쪽이를 빠는 저 평화로운 표정. 마치 해변 선베드에 누워 휴가를 즐기는 직장인의 모습. 나는 그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옆에서 빨대로 두유 한 팩 빨아먹는다.


왜 공갈젖꼭지가 전통 있는 육아템인가

무엇이든 빨고픈 욕망을 달래고

가짜 배고픔을 달래 적극적인 식사를 도와주며

잠이 올랑 말랑 밀당할 때 확실히 포획하는 물건으로서 수많은 아가들의 잇템이 되었으니


공갈, 아이를 잠시나마 위로하는 하얀 거짓말 


3. 분유포트


아이는 잠투정이 심하지 않고 기저귀도 축축하든말든 태연한 얼굴로 잘 노는 편인데, 배고픔 하나만큼은 목이 쉬도록 자지러지게 운다. 배고플 때 짜증이란 짜증은 있는 대로 다 내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별게 다 유전이구나 하는 중.


모유 양이 많지 않은 편이라 모유 한 타임-분유 한 타임씩 교대로 먹이는데 바로 물리면 되는 모유에 비해 분유는 젖병에 가루 넣고 물 끓여서 타서 녹여서 식혀서... 하는 동안 위장이 빈 상태를 용납하지 못하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천장을 뚫는다.


이때 우리를 구원한 분유포트, 원하는 온도에 맞춰 물을 끓일 수 있어 분유 적정온도에 맞춰 미리 끓여놓은 뒤 필요한 순간 바로 분유를 타 울음을 최소화한다. 중탕 모드도 있어 냉장한 모유를 데우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분유포트는 지금 우리에게 부모와 아이의 복지를 동시에 증진시킨 아이템으로 추앙받고 있다.

커피를 내릴 ㄴ때와 차를 마실 때 적정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밤중 수유에 지쳐 커피 한 잔이 간절할 때, 다음 수유까지 3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린다. 꼭 육아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 물건으로 인정.


인간은 도구의 동물


호모 파베르: 도구의 인간, 인간의 본질은 도구의 제작과 사용에 있다. ‘이런 거 없어도 애 다 키웠다’식의 라떼는 화법을 시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육아 방식이 발전하고 새로운 도구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하다. 이제 또 어떤 신박한 육아 아이템이 튀어나올지?


50일, 100일, 돌을 지나 자라날 아이와 함께 할 육아템 리뷰는 계속된다.


*이 글의 모든 아이템은 사비로 구입해 사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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