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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Feb 14. 2020

기다리던 책들이 왔다

2020년 2월의 책 택배 언박싱

독서는 상당히 좋은 취미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고, 버스를 기다리거나 냉동만두를 데우면서 읽을 수 있고, 있어 보인다. 생후 100일 미만의 아기를 키우며 병행하기 좋다. 한 번 산 책은 여러 번 반복해 읽을 수 있고, 아이 침대 앞에서 깨길 기다리며 읽기 가능하며, 지치기 쉬운 육아의 틈새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람을 챙긴다.


유독 기다리고 고대하던 신간이 많은 2월, 권여선 작가의 신작 단편집 예판 일정이 떠 알라딘 서점 장바구니를 털었다. 예약 구매일에 맞춰 한꺼번에 배송으로 시키면 그날까지 하루하루가 기다림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예약 구매일이 앞당겨져 기다린 날보다 빠르게 ‘배송 시작’ 알림이 뜨면 기쁨은 배가 된다. 어서 택배가 오기를, 빨리 내 손으로 따끈따끈한 신간을 느낄 수 있기를!


탑 중의 탑 책탑


최신간 세 권, 작년 완간된 전집 중 두 권, 알라딘 2월 사은품 하나, 사진에 잘 안 보이지만 티백 세트, 상자를 뜯어 한 권씩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다. 표지도 디자인도 완벽한 이번 책들.


20년 만에 신작이라,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아룬다티 로이 [지복의 성자]


지극히 개인적인 ‘완벽한 소설’ 목록을 만들고 있다. 그중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은 탑 10에 포함되는 소설이다. 시작부터 읽는 이를 죄어오는 묘사, 아낌없이 베풀어지는 비유들, 역사라는 ‘큰 신’의 폭력에 짓밟힌 ‘작은 것들의 신’의 이야기. 단 한 권의 소설만 남긴 작가는 논픽션 위주로 집필한 지 20년, 그녀의 신작 소설이 떴다.


책이 배송되길 기다리며 [작은 것들의 신]을 한 번 더 읽었다. 역자 후기에 ‘2014년 현재 두 번째 소설을 집필 중에 있다’는 말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바로 그 소설이 완성되어 지금 집으로 오고 있다구요...! 때마침 [지복의 성자] 문장수집가에 선정되어 문학동네로부터 선물도 받았다. 다섯 권 중 가장 먼저 읽을 책.


아름다운 표지

권여선 [아직 멀었다는 말]


이름만 보고 무조건 사게 되는 작가들이 있다. 그중 하나인 권여선 작가님의 신작 단편집이 노을 지는 한강을 품고 왔다. 이전 장편 [레몬]은 조금 의아했으며 이전 단편집 [안녕 주정뱅이]는 최고였다. 무엇이 아직인지,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아 붉은 노을과 층진 푸른 하늘이 무엇을 말하는지, 아껴 놓고 읽을 책.


제임스 설터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제목부터 표지 그림까지 내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끌어당겼다. 어디론가 가는 도중 문득 떠오른 것을 지금 당장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바로 그 자리에서 적어 내려 가는 여자의 모습.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다가, 분유를 타다가, 수유 도중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것들을 사라지기 전 다급히 기록하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믿고 읽는 작가의 에세이는 더 덧붙일 말이 없다.



버지니아 울프 [울프 일기] [등대로]


출산 한 달이 지나고 서서히 정신적으로 무뎌지기 시작할 때 여성 작가 16인의 글 선집 [분노와 애정]이 불꽃이 되어 주었다. 여성의 글쓰기, 특히 엄마와 작가로 동시에 살아갈 수 있는가? 책은 가능하다고 반복해서 외친다. 그녀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 글 쓰는 여성 작가의 전범이 된 사람. 문득 그녀의 일기가 읽고 싶었다.


자신의 글쓰기 활동에 대해 꾸준히 기록해 온 그녀와 함께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상자에서 꺼내 손에 잘 닿는 책상 옆에 두었다. 함께 읽기 위해 그녀의 소설 [등대로]를 골랐다. 작년 완간된 버지니아 울프 전집 판형과 디자인이 매우 마음에 든다.


알라딘 사은품인 파우치


기다리던 책들이 왔다


올해 목 빠지게 기다리는 책이 많다.

김연수 작가님 한강 작가님 새 소설

신형철 평론가님 10년 만의 두 번째 평론집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책들.


책을 읽으며 책을 기다린다. 책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이번 독서가 내게 어떤 것을 가져다 줄지, 읽기 전과 후의 내가 얼마나 달라질지, 새 택배를 받고 동시에 다음 택배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책들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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