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이북리더기 사용기 1탄
4년 전 한 달 간의 첫 유럽 여행 짐을 싸면서 나는 고통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책을 가지고 가야 하나? 긴 여행 읽을거리가 다 떨어져 버리지 않도록,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면서 유럽과 궁합이 잘 맞는, 캐리어의 무게에 해악을 끼치지 않을 적정량의 권수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여행의 동반자, 아니 동반 책으로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문제였다.
2박 3일간의 강원도 여행에 나는 처음으로 종이책 대신 이북리더기를 챙겼다. 6인치 150g의 이북리더기는 있는 듯 없는 듯한 무게감으로 가방 안에 조용히 대기하다 꺼내 든 순간부터 열 권이 넘는 책을 불러들였다. 집에서 와이파이로 미리 다운로드하여둔 책들은 차 안에서, 식당에서, 발 담근 계곡물 위에서 언제든지 읽을 수 있었다.
어떤 이북리더기를 골라야 하나
지난달 여유 자금이 생겨 삶에 필수적이진 않으나 일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구매하기로 했었다. 세상이 멸망하는 순간까지 종이책은 멸종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책 신도지만, 독서 보조 기구로 이북리더기 하나쯤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종이책을 메인으로 하되, 너무 무거운 책이나 절판된 책 등을 전자책으로 보완한다는 생각 끝에 이북리더기 구입을 결정했다.
검색창에 이북리더기를 써넣고 다양한 후기를 검색해 보면 크게 두 기기가 눈에 띈다. 리디북스 전용 전자책 단말기 '리디 페이퍼'와 알라딘, yes24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 중인 '크레마' 시리즈. 영어에 능통하다면 아마존 '킨들'까지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기기 성능 면에선 킨들이 가장 평이 좋지만 나는 영어 원서를 읽을 게 아니고, 리디 페이퍼도 기기 면에서 추천이 많지만 리디북스만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고, 크레마 시리즈는 범용성은 나쁘지 않으나 기기 결함(뽑기 문제, 설탕 액정, 기타 자잘한 문제들) 후기가 많고, 다들 장단점이 명확했다. 단말기 가격이 아주 비싸진 않지만 부담 없을 정도로 싼 것도 아니었다.
이 주 넘게 고민한 끝에 내가 고른 이북리더기는 '오닉스 북스 포크 2'였다. 구글 플레이 운영 체제라 리디북스, 알라딘, 교보, 밀리의 서재 등등 모든 도서 앱이 사용 가능하다는 점, 기기의 완성도 면에서 호평이 다수였다는 점, 얇고 가벼운 무게라 독서 보조 도구로 제격이라는 점 등이 선택의 이유였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문제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이었다. 때마침 중국발 어플들이 스마트폰 사용자의 정보를 유출한다는 뉴스로 시끄러웠고 나의 고민은 한 주 더 길어졌다.
오닉스 북스 포크 2와 함께한 한 달
관련 블로그와 이북리더기 카페에 가입해 모든 글을 샅샅이 찾아 읽은 뒤, 이북리더기 전문 쇼핑몰에 주문을 넣었다. 해외배송상품이라 개인통관번호를 적어 넣고 구글플레이 이용을 위해 구글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일주일 뒤,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한 택배 상자는 예상을 뛰어넘게 가벼웠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언어를 영어로 바꾸고, 와이파이를 연결해 업데이트를 하고, 한글로 바꾼 뒤 구글플레이로 필요한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실행했다. 도서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세 어플인 밀리의 서재, 리디북스(리디 셀렉트), yes24 북클럽 중 북클럽 한 달 무료 체험 신청을 하고 책을 다운받았다.
보통 내 한 달 평균 독서량은 5권에서 7권 정도다. 이북리더기로 이북 무제한 서비스를 받은 이번 한 달 총 16권의 책을 읽었다. 두 배 넘게 읽은 것이다. 가볍고, 간편하고, 어둠 속에서도 문제없이 독서가 가능한 이북리더기 덕에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 옆에서, 종이책에 북라이트까지 쓰기 불편해 스마트폰만 만지다 잠들었던 늦은 밤 침대에서 눈만 뜨면 읽었다. 책을 읽다 잘 시간이 되어 집 안의 모든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북리더기를 켜는 내 모습에 남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코와 입으로 숨을 쉬듯이 눈으로 쉼 없이 활자를 빨아들이는 격이었다.
이북리더기는 책의 미래인가
지난달 읽은 16권 중 전자책이 6권, 종이책이 10권이었다. 6권의 전자책 중 중 마음에 든 책 두 권을 다시 꼼꼼하게 읽기 위해 종이책으로 구입했다. 전자책이 편리하다고 해서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전자책은 전자책만의 역할이 있고, 종이책은 인간의 존재 일부로서 존재할 의무가 있다. 체험 한 달이 끝나고 다른 서비스도 이용해 보려 구독을 끊자 내가 읽었고 읽고 있던 전자책이 전부 사라졌다. 지금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은 epub방식이라 서점 서비스가 종료되는 순간 사라질 수 있다. 나는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라 이북 시장의 시스템을 아직까진 쉽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독서 기구로서 일 년 써 보고 이북리더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다.
ps. 한글 파일을 pdf로 변환해 기기에 넣으면 편하게 볼 수 있다. 지금 집필 중인 장편소설을 넣어 놓고 틈틈이 확인한다. 구입 고민할 땐 상상하지 못했던 활용 방법 ㅋㅋ
ps2. yes24북클럽 체험 후 지금은 밀리의 서재 한 달 무료 체험 중, 리디 셀렉트까지 체험한 뒤 후기는 다음 글에.......(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