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속인다고 속여지는 게 아니야
테이킹 우드스탁 (Taking Woodstock, 2009)
감독: 이안 (Ang Lee, 1954년 10월 23일생)
배우: 헨리 굿맨(Henry Goodman), 이멜다 스턴톤(Imelda Staunton), 디미트리 마틴(Demetri Martin)
1969년 8월 15-17일 동안 베델 평원에 있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발가벗고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젊은 히피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과연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 걸까? ‘우드스탁 페스티벌’ 기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좋았던 게 아닐까? 어쩌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사람이 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엘리엇’은 ‘착한 아들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다. 아들은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부모는 그런 아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엘리엇은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모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히피들과 어울려 대마초에 취해 몽환적인 체험을 하고, 마침내 눈을 뜨고, 세상을 봤고, 자신을 봤다. 더 이상 과거의 착한 아들로 살 수 없었다. 자신을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집을 떠난다. 이젠 자신을 숨기지 않고, 숨길 수도 없다. 뿌리, 가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를 속이면서 사는 것은 정말 사는 것이 아니다.
엘리엇의 엄마는 왜 돈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나? 그녀는 불안했고 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불안했을까? 유대인으로서 불안했을까? 여자이기 때문에 불안했을까? 어떤 불안이든, 불안은 사람을 괴팍하게 만든다. 엘리엇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엄마와 어떻게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아버지는 한마디로 대답한다. “니 엄마를 사랑하니까” 아버지는 그런 괴팍한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외면해도 가족은 서로를 외면하면 안 되는 것일까?
기억에 남는 장면,
- 엘리엇이 대마초에 취해 주변 사물이나 환경이 그림처럼 움직인다. 몽환적인 분위기
- 엘리엇의 엄마가 약에 취해 자다가 자신이 숨긴 돈을 끌어안고 잠든 모습
- 엘리엇의 아빠의 대사 “니 엄마를 사랑하니까”
-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이건 속인다고 속여지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