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란 ‘적성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의 문제’이다.
지난주엔 일이 많아 야근하는 날이 많았다.
일을 쳐내기 바빠서 일의 퀄리티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관성에 의해 기계적으로 일처리를 할 뿐이다. 별 일이 없이 모두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회사의 일이란 높은 퀄리티를 추구하기보단 문제가 생기지 않는 정도로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너는 직원들이 예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효율적으로 한정된 시간에 많은 사소한 일들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오너가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중소기업 오너는 그랬다.
‘직장이란 적성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의 문제’라는 말에 공감을 하는 요즘이다. 적성을 찾아 많은 시간을 돌아왔지만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지 못했다. 적성에 맞는 직장이 있을까?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적성을 직장에서 찾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직장은 그저 일하고 돈 버는 곳이다. 아무리 적성에 맞는 일이라도 직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난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너무 많은 시간을 직장이라는 곳에 머물면서 나도 모르게 일에 적응이 되고, 직장에 소속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좃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자의든 타의든 많은 시간을 들여 일하고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견뎌내면 나도 모르게 일과 직장에 그럭저럭 적응하게 된다. 심지어 내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하면 할수록 상대는 나에게 가치 있는 존재로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회사를 다니는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 편안한 게 아니라
내가 적응한 곳이 편안한 곳이다.
그렇다고 회사에 적응하고 계속 다니라는 말이 아니다. 왜냐면 계약 관계는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아주 쉽게 한 순간에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에게 회사는 안정적이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반대로 회사에게 난 그저 고인물일 수도 있다.
강호의 의리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편안하다고 안주하면 거기서 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