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하니까 다 되더라!
형은 밥을 엄청 빨리 먹는다. 너무 빨리 먹어서, 같이 먹기 힘들다고 하니, 본인은 어렸을 때부터 빨리 밥 먹고 공부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자랐는데 난 전혀 못 느낀 분위기다. 부모님은 그만큼 장남에 대한 기대가 컸고, 그에 비해 동생인 나에게는 별 기대가 없었다. 옛날 사진을 보더라도 형은 책상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많고 난 그 책상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는 삼계탕을 급히 해치우고, 근처 투썸플레이스로 이동했다. 형이 쿠폰을 가지고 있어서 난 콜드브루 라떼, 형은 콜드브루를 마셨다. 일, 돈 얘기를 하다가 형이 ‘삼쩜삼’이라는 앱을 알려 주었다. 소득과 세금을 알려주고, 또 환급액 유무를 알려주는 서비스 앱이다.
형: 내가 5년간 얼마 벌었게?
나: 한 10억?
형: (씨익 웃으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나: 매년 2억 번다며(세전)? 그 돈 다 어디 갔나?
형: 전세자금에 다 들어갔지.
형의 직업은 ‘감정평가사’다. 만날 때마다 본인은 “워커홀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형은 “주말이 빨리 지나가고 월요일이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하며 이 기분 아냐고 나에게 묻는다. “빨리 돈 벌고 싶어서??”라고 난 되묻는다. 형은 본인 스스로 “돈에 환장했다”고 한다.
나: 그렇게 돈 많이 벌고 싶으면, 투자는 왜 안 하냐고?
형: (대충 둘러대듯이) 먹고 살만 하니까..
나: 맞아. 오히려 먹고 살만 하면 안 해. 나처럼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투자하지.
형: 니 나이대에 그 정도면 평균이지.
나: 방금 삼쩜삼 앱에서 보니 평균 이하라는데?
형: (민망한 웃음) 미안하다..
난 정해진 점심시간이 돼서 형이랑 헤어졌다. 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형이 부럽다고 했다.
형: 그 대신 난 십 년 고생했잖아. 니도 십 년 고생하고 이거 할래?
나: 된다는 보장만 있으면 하지
형: 보장은 없지! 그래도 십 년 하니까 다 되더라..
나: 그래?! 그럼 난 경매 십 년 하면 되겠네?
형: (어깨를 툭툭 치며 무심히) 그래. 열심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