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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 Jun 14. 2021

고등어 한 접시

점심에 진심인 편…


오늘은 무엇을 먹어볼까? 직장인의 영원한 숙제다. 주말에 튀김을 많이 먹었었으니 월요일은 건강하게 생선구이로 시작해볼까나! 회사 근처 매 번 가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을 검색해서 갔다. ​


바로 제주서부두식당. 블로그 리뷰를 보니 여기 고등어 구이가 괜찮아 보였다. 팀장이랑 둘이 갔다. 홀은 시원하게 개방감이 있고 깔끔했다.  여사장이 웃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는데… 예산 초과다. 블로그 이미지만 보고 가격 체크를 못한 탓이다. 팀장과 나는 메뉴판을 한참 스터디했다. 머뭇거리는 우리를 보고 여사장이 못 마땅한 태도로 기다렸다. 고등어구이 한 마리 18000원이란다. 그래서 “둘이 먹을 양이 맞냐고?” 몇 번을 더 묻고 확인했다. 여사장은 "이거 한 마리 시켜서 둘이 먹으면 된다”라고 답하곤 재빨리 사라졌다. ​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마치고, 밑반찬 들어와 주시고 고등어구이도 입장해 주시고.. 사이즈가 크긴 크다. 맛도 이 근방에서 먹은 거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 남자 둘이 먹긴 양이 조금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팀장은 “그냥 밑반찬에 밥 먹는 것 같다”라고 투덜댔다. 사실 그만큼 소박한 밥상이었다. 왠지 모르게 <우동 한 그릇>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동 한 그릇을 모자가 나눠먹는 짠한 이야기가 메뉴만 '고등어 한 그릇'으로 바뀐 것뿐이다. ​


조금 아쉬웠지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카드를 내민다. 여사장은 무표정으로 계산을 하며 “이만 원이요”라고 했다. 난 “만 팔천 원 아니냐”라고 되물었고 여사장은 “공깃밥 이천 원”이라고 대답하며 재빨리 카드와 영수증을 건넨다. <우동 한 그릇>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현실에서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자본주의 맛을 느끼며 식당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팀장은 “처음부터 번지수를 잘못 찼았다며 이렇게 굴욕적인 점심은 처음”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


그래도  속으로 ‘맛은 있었는데라고 생각했다.’ 다음번엔 칠천 원짜리 알밥을 먹어보자라고 팀장에게 제안했으나 팀장은 헛웃음을 지을 , 답이 없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간만에 자본주의를 맛보다.

독하네.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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